"'소울', 디즈니의 탈백인중심주의 시도 정점에 이른 작품"

고경석 2021. 1. 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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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여한 애니메이션 '소울'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인으로서 뿌듯했습니다. 예전부터 동료들이 한국 문화와 관련해서 많이 불어보긴 했지만 최근 들어선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하고 있거든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화상으로 국내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좀 더 어두운 느낌이었는데 수정해 나가면서 희망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게 됐다"며 "타깃 관객 연령대도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보다 높아서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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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김재형씨.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제가 참여한 애니메이션 ‘소울’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인으로서 뿌듯했습니다. 예전부터 동료들이 한국 문화와 관련해서 많이 불어보긴 했지만 최근 들어선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하고 있거든요.”

애니메이터 김재형(48)씨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디즈니 픽사에서 12년간 애니메이터로 일하며 ‘업’ ‘토이스토리3’ ‘코코’ ‘토이스토리4’ 등에 참여했다. 애니메이터는 작품 속 캐릭터의 표정이나 세세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일을 하는데 실사영화의 연기자 역할과 비슷하다. 그는 20일 국내 개봉하는 픽사의 신작 ‘소울’에서 두 주인공인 조 가드너와 영혼 22를 담당했다.

‘소울’은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음악교사 조 가드너가 사고로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며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진 뒤 태어나기 전의 영혼 22와 함께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화상으로 국내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좀 더 어두운 느낌이었는데 수정해 나가면서 희망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게 됐다”며 “타깃 관객 연령대도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보다 높아서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했다”고 말했다.

‘소울’은 픽사의 모회사인 디즈니 역사상 최초로 흑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그는 “공동 감독인 켐프 파워스가 흑인이어서 흑인 문화를 표현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고 애니메이터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의사소통을 많이 했다”고 했다.

영화 '소울'에선 주연부터 조연까지 대부분의 캐릭터가 흑인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주인공뿐 아니라 대부분의 캐릭터가 흑인이어서 보수적 백인 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들어오던 디즈니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김씨는 “픽사가 사내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는 한편 작품도 백인 위주의 스토리를 떠나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는데 ‘소울’은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우연찮게 미국 내에서 흑백 갈등이 심한 시기에 개봉하게 됐는데, 잘못된 선입견으로 관객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어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며 작업했다”고도 했다.

픽사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김씨는 ‘의사 출신의 픽사 애니메이터’로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 의대 졸업 후 레지던트로 1년간 일하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미련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학 과정을 다시 마쳤고 픽사 인턴 과정과 게임업체 블리자드를 거쳐 2008년부터 픽사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한국에 갈 때마다 동문들이 병원에 와서 이야기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늘 조심스럽다”며 “공부든 다른 일이든 일단 자신이 선택한 거라면 그 과정에서 즐거운 걸 찾아 열심히 하길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울’은 거창한 꿈에 매몰돼 삶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하는 영화다. 코로나19로 빼앗긴 평범한 일상을 더욱 그립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씨는 “극장 개봉을 못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로만 공개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극장에서 개봉하게 돼 기쁘다”며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이 영화가 소울푸드처럼 조금이나마 위안과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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