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표현도 부족.. IMF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 [뉴스+]

박영준 2021. 1. 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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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 앞에서 시민이 구인 정보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속수무책’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 여파로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무려 68만2000명 감소했다. 11월까지만 해도 취업자 수 감소폭이 완화되던 흐름이 다시 가파른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 감소폭도 22만명에 육박했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고용지표다. 코로나19 3차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의 갈림길에 서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고려하면 고용시장의 골은 더 깊어지는 상황이다. ‘언 발의 오줌 누기’식 재난지원금 지급 이외에 뾰족한 대책도 없다. 13일 통계청의 고용지표를 받아든 경제 부처 수장들은 “고용 충격이 재차 확대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고용시장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제의 허리를 떠받치는 30대와 40대가 일자리를 잃었고,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집중된 도·소매업, 숙박 음식점업 취업자 수가 급감했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직원을 해고했고, 실업자는 111만명에 육박하며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취업자에 속하지만 일을 하지 못하는 일시휴직자는 83만명을 넘겨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찍었고, 취업자에도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에도 속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았다.

◆30·40대 경제허리 휘청, 청년고용도 최악

3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급감한 것은 우리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또 앞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다.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면서 가구 생계를 책임지고, 소비를 담당해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핵심 경제활동인구가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12월만 보면 3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6000명이 줄었고, 40대도 18만3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2020년 한해를 통틀면 30대와 40대가 각각 16만5000명, 15만8000명 감소했다. 50대 역시 12월 취업자 수가 14만7000명 줄었고, 연간으로는 8만8000명이 줄며 타격을 받았다. 60대 이상 취업자에서만 12월 24만9000명의 취업자가 늘고, 연간으로는 37만5000명이 늘었다.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 등의 영향이다. 정부 재정 투입 일자리 사업 등의 영향으로 60대 이상 취업자가 37만명 이상이 늘고도 전체 취업자는 21만8000명이 줄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 사회에 진출해야 할 청년층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2월 20대 취업자 수는 25만4000명이 감소했다. 전 연령대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대 취업자 비중이 높은 대면 서비스업 등이 부진했던 여파로 풀이된다. 지난 한 해 동안 20대 취업자 수도 14만6000명 크게 감소했다. 노동시장 진입단계에 있는 청년들의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단기적인 임금손실은 물론 경력 상실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취업자도 코로나19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직업이 있고 업체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일주일에 단 1시간도 일하지 못한 ‘일시휴직자’가 지난해 83만7000명을 기록했다. 2019년 40만7000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폭증했다. 

◆실업자 110만명 육박…비경제활동인구도 역대 최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는 지난해 110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 개편으로 연도별 비교가 가능한 2000년 이후로는 가장 많다. 실업률은 4.0%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실업률이 4.0%대를 기록한 것 역시 2001년(4.0%) 이후 처음이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0%로 2018년(9.5%) 이후 2년 만에 다시 9%대로 올라섰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센터에 실업급여 신규신청 2부제 시행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3.6%로 전년(11.8%)보다 1.8%포인트 상승했고,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5.1%로 전년보다 2.2%포인트나 솟구쳤다. 

취업자가 아니면서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는 1677만30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725만5000명으로 1999년 6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모든 달을 통틀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월 ‘쉬었음’ 인구는 243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4000명이 늘었고, 구직단념자는 72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1000명이 늘었다. 

◆자영업 고사 위기…직원 해고하고 폐업 코앞

연간 취업자 수를 산업별로 분석해보면 도매 및 소매업에서 취업자 수가 16만명, 숙박·음식점업에서 15만9000명이 감소하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교육서비스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8만6000명이 감소하는 등 대면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연말 특수를 누려야 할 지난해 12월에는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31만3000명 감소했고, 도소매업 취업자도 19만7000명 감소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자연스럽게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속출했다. 비임금근로자로 분류되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7만5000명이 줄었다. 특히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6만5000명 감소했다. 직원을 뒀던 자영업자가 직원을 해고하고 ‘나홀로’ 영업을 하거나, 아예 폐업했다는 의미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2월 2만6000명 감소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25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9만명 늘었다. 직원을 두지 않고 ‘나홀로’ 창업을 했거나, 직원을 해고하면서 ‘나홀로’ 자영업자가 된 셈이다.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도 지난해 5만3000명이 감소했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가 13만명 증가했고,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취업자도 3만6000명 늘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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