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수학원에 20대 후반들 몰린다는데..
전국 37곳 중 33곳서 모집
기존 편입제 9.5 대 1 경쟁률
"수능이 유리" 장수생도 유입
[경향신문]

지난 4일 개강한 경기 수원시의 한 재수학원 강사 A씨는 상담원서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20대 후반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에 약대 편입시험인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준비해오다 내년부터 재개되는 약대 학부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재수학원을 찾은 것이다. A씨는 “원서를 보니 27~28세가 많았다”며 “약대 학제가 6년이라 대학에 합격해도 졸업하면 33~34세가 되는데도 다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러 왔다”고 말했다.
2022학년도 입시부터 6년제 약대 학부 입시가 부활하면서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을 준비하던 이들이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재수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주요 사항’에 따라 전국 37개 약대 가운데 강원대·목포대·부산대·충남대를 제외한 33개 대학이 고졸 신입생 선발을 재개하기 때문이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은 2009년 약대를 4년제에서 6년제로 바꾸는 학제 개편이 이뤄지며 도입됐다. 약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다른 학부(학과)에 입학해 2년 동안 기초교양 과정을 마친 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성적을 갖고 약대 3학년에 편입해 4년을 추가로 이수해야 약학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2018년 각 대학에 ‘통합 6년제’와 기존 ‘2+4년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줌에 따라 약대 학부 입시가 부활하게 됐다.
현행 약대 편입제도는 약대가 이과계열 학부생들을 대거 흡수하며 기초학문을 고사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가 2015년 발간한 ‘6년제 약학교육의 학제 변화 연구 보고서’를 보면 2+4년제 도입 전인 2009년 2.2%에 불과하던 수도권 대학 화학과 자퇴율은 2010~2014년 해마다 30%를 넘었다.
약학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경쟁률로 인해 ‘장수생’도 다수 발생했다. 2021년 전국 약대 모집정원 대비 경쟁률이 9.5 대 1에 달한 가운데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응시생 중 26~28세가 20.6%, 29~31세가 12.2%, 32세 이상이 11.2%를 차지했다. 편입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사교육 비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런데 2022년부터 대부분 대학의 약대가 학부 신입생 선발을 예고함에 따라 편입 지망생 일부가 수능 시장에 유입된 것이다.
서울의 대형 재수학원에서도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재수생 유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취업이 어렵고 직업안정성이 낮은 상태에서 약대 입시로 전문직 일자리가 대거 늘어나는 상황이 (재수생 유입에) 분명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장수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약대 학부 입시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약대 입시 커뮤니티에서도 수능과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을 동시에 준비하는 수험생이 등장하는 한편 저학년 초시생들을 상대로도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보다 수능을 추천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약사가 되는 데 편입보다 수능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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