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패러다임' 바꾸겠다는 5기 방통위, 실현 가능할까

김고은 기자 입력 2021. 1. 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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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의 전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5기 방통위의 주요 비전을 이렇게 요약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6일 5기 위원회(2020.8~ 2023.7)의 주요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 3, 4기 방통위가 신정부 출범 이후 기존의 문제들을 수정하고 바로잡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5기 방통위는 그런 성과들을 기반으로 해서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춰 새로운 정책과제들을 내고 실현하는 과정이 될 것 같다”며 이를 “패러다임의 전환, 개혁”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5기 방통위는 수신료 등 방송 재원 구조부터 광고·편성·소유 규제, 방송 허가 제도에 이르는 전면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대표적인 게 규제 개혁이다. 이날 발표된 48쪽짜리 정책과제 자료집에서 ‘규제’란 단어는 61번 등장한다. 방송의 공적책무를 강화하면서도 미디어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와 제도를 재검토하겠다는 방향이다.

단적으로 복잡한 방송 광고규제를 단순화하고, 매체 간 규제 차이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을 보면 방송광고 조항(제59조)만 2800자에 달할 정도로 길고 복잡하다. 방송매체와 광고종류별로 까다롭게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물론 광고 횟수와 시간, 자막의 크기까지 규제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처럼 복잡하고 형식적인 기존 규제를 “원칙 허용·예외 금지 방식의 네거티브 규제로 과감히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을 포함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연내 추진하고, 내년까진 통합 광고규제 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민영방송 자율성 제고’라는 명목 아래 소유·겸영 규제와 지역·중소방송사의 상호 겸영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현실화할 경우 대기업의 지상파 소유 지분 제한 완화, 지역·중소방송 간 M&A 활성화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당장 자산규모 1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둔 SBS 최대주주 태영그룹 등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영국 BBC의 칙허장 갱신처럼 ‘공적책무 협약제도’로 대체하는 것을 포함해 방송 허가·승인 제도도 전면 재검토한다. 종편과 보도채널도 일반 PP처럼 재승인 심사를 거치지 않는 등록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수신료 제도 역시 합리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전제는 ‘수신료 회계 분리’와 외부 전문가 등이 수신료 산정에 참여하는 ‘수신료위원회의 설치’다. 두 가지 모두 KBS에서 난색을 보여온 조건이다. 현행 방송법은 수신료 금액을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토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오는 6월 수신료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KBS가 진행 중인 ‘수신료 현실화’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KBS는 자체적으로 필요한 수신료 액수 산정을 마치고 이달 중 이사회에 수신료 현실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었는데, 방통위 방침에 따라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책 방향과 2023년까지 대략적인 추진 일정도 나왔지만, 문제는 ‘실행’이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만 하더라도 지난 2018년 12월 4기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신문업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청와대도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선임 제도 역시 6월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고 기본방향은 이미 공개돼 있지만, 역시 한상혁 위원장 말대로 “국회에서 논의가 안 돼서” 막혀 있는 상황이다. 내년 초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그 결과가 방통위의 정책 추진 속도와 일정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방통위는 이날 향후 3년간의 정책 기조 등을 큰 틀에서 밝힌 만큼, 조만간 신년 업무계획을 통해 세부 정책 추진 일정과 우선순위 등을 밝힐 예정이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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