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수능 망친 외동아들, 삼수하겠다는데..

기자 2021. 1. 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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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50대 남성입니다.

아들이 한 명 있는데 어릴 때부터 교육에 신경을 썼습니다.

지금은 미처 아들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부모님을 볼 때마다 어떤 심정일까요? 유대어에는 'Naches'라는 특별한 기쁨을 나타내는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이 어떻게 이 좌절을 딛고 잘 일어서느냐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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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문요한 정신과 의사

▶▶ 독자 고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50대 남성입니다. 아들이 한 명 있는데 어릴 때부터 교육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서 성적이 점점 떨어지더니 결국 재수를 했습니다. 얼마 전 수능 결과가 나왔는데 지난해보다 더 안 좋습니다. 실망을 넘어 참담합니다. 아들은 삼수를 말하지만, 이제는 믿음이 깨져서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동료 교수들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는데 창피한 마음이 듭니다.

▶▶ 솔루션

A.한심한 눈으로 보지 말고 끝까지 자녀의 가능성을 믿어주세요

사연을 듣고 보니 아들의 마음이 궁금해졌습니다. 지금은 미처 아들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부모님을 볼 때마다 어떤 심정일까요? 유대어에는 ‘Naches’라는 특별한 기쁨을 나타내는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자녀의 성취가 가져다주는 부모의 큰 기쁨과 자부심을 뜻합니다.

가족주의가 강한 우리나라 역시 이 감정은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사랑이 있는 곳에 미움이 있는 것처럼 이 단어에는 짙은 그림자가 있습니다. 자녀의 성취가 부모의 큰 기쁨이 되는 사회일수록 반대로 자녀의 부족함과 실패는 부모의 불행이자 수치심이 될 수 있습니다. 해마다 성적을 비관한 청소년들의 자살이 이어지는 것은 정신적으로 허약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강한 가족주의 문화가 빚어내는 사회적 비극입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이 어떻게 이 좌절을 딛고 잘 일어서느냐일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인생도 좌절과 상처를 피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것이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그 힘은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믿음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이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부여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믿음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특히, 부모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믿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비록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세상이 자녀를 외면해도 부모는 자녀를 끝까지 믿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부모가 끝까지 믿어주는 자녀는 방황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고,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비록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설사 공부 아니라 다른 길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결국 자기 몫을 다 해내기 마련입니다. 두 번의 결과 때문에 실망이 크겠지만 자녀의 가능성을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면 점점 더 한심한 사람이 되지만,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바라보면 그 믿음은 안으로 스며들어 힘든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됩니다. 부디 마음을 잘 추스르시고 삼수하는 자녀에게 용기와 믿음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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