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나를 지켜줄 요새"..병약한 어머니 15년간 돌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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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난공불락의 요새, 바람과 파도로부터 분명히 나를 지켜줄, 내가 언제나 안심하고 품으로 달려들었던 요새."
어머니가 병마와 싸우다 아흔셋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15년 동안 함께 살며 어머니를 돌본 쉰넷의 미혼 아들은 어머니의 상태가 계속 나빠지던 어느 겨울날의 심정을 이렇게 써 내려간다.
저자의 어머니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벨기에에 이민을 왔고,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다섯 아들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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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어머니는 난공불락의 요새, 바람과 파도로부터 분명히 나를 지켜줄, 내가 언제나 안심하고 품으로 달려들었던 요새."
어머니가 병마와 싸우다 아흔셋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15년 동안 함께 살며 어머니를 돌본 쉰넷의 미혼 아들은 어머니의 상태가 계속 나빠지던 어느 겨울날의 심정을 이렇게 써 내려간다.
모로코 출신인 라시드 벤진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문학 교수는 어머니의 곁을 지키며 느꼈던 생각과 어머니와의 일화 등을 신간 '사라질까 두려운 어머니와의 추억들'(뮤진트리)에 담았다.
병원을 자주 찾던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건망증 증세를 보이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혼자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자 다섯 형제 중 미혼인 저자가 방 두 칸짜리 어머니의 집으로 들어간다.
저자는 어머니의 약한 심장과 나이를 고려할 때 수술 자체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다.
저자는 글을 읽지 못하지만 프랑스의 대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나귀 가죽'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매일 밤 침대 옆에서 책을 읽어준다. 또 혼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를 씻긴다.
저자는 이때부터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거나 약속 때문에 외출하는 일을 완전히 접었다고 말한다. 어머니 옆에서 자신의 유일한 외부활동인 대학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들의 글을 교정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어머니는 늘 많은 것을 주셨지만 단 한 번도 뭔가 부탁할 엄두조차 내지 않으셨다. 희생이 어머니의 유일한 행동 방침이었다"며 이제는 자신이 어머니를 오롯이 사랑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벨기에에 이민을 왔고,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다섯 아들을 키웠다.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이웃의 고통에는 망설이지 않고 도움을 줬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언젠가 저자의 어머니가 이웃에게 하는 말을 들었던 일화도 전한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아이가 절대로 부모에게 뭔가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유로워야 한다."
저자는 학교에 다녀본 적 없는 어머니가 어디에서 이런 '고차원적인' 철학을 얻었는지 놀랐다고 한다. 또한, 이민자 가정에 대한 차별을 겪으면서도 불평 없이 자신의 방식으로 아들들을 키웠다며 고마움을 표현한다.
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본 이야기는 슬픔의 감정을 자아내기 쉽지만, 책은 어머니와의 추억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방식을 택한다. 저자는 이를 "건강한 추억, 감동적인 추억, 아주 깨끗한 추억"이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간신히 조금 익힌 프랑스어를 아무 때나 쓰는 어머니 로 인하여 온 가족이 웃었던 일,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신나게 따라부르던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가 자신의 우상인 프랑스 가수 샤샤 디스텔의 콘서트 무대에 올랐던 일 등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도 담겼다.
문소영 옮김. 116쪽. 1만2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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