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화이자 백신 맞은 뒤 뇌졸중으로 숨져..美 보건당국 조사

김민수 기자 2021. 1. 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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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과의 연관성 '물음표'
화이자 백신. 바이오앤텍 제공

미국 보건당국이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16일만에 사망한 의사 사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뉴욕타임즈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산부인과 의사인 그레고리 마이클(56)씨가 지난해 12월 18일 마운트시나이의료센터에서 백신을 접종받고 16일 뒤 출혈성 뇌졸중으로 사망해 보건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마이클씨는 백신 접종 직후 심각한 급성 면역 혈소판 감소증이 발생해 혈액 응고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제조업체인 화이자는 사망 사례와 관련한 성명서에서 “적극적으로 조사중이며 현재로선 백신 접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임상시험과 백신 제조, 접종 과정에서 이번 사망 사례와 관련된 안전성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약 900만명의 사람들이 화이자 또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다. 현재까지 보고된 심각한 문제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급성 전신 면역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반응 사례 29건이었다. 대다수는 통상 일시적인 통증과 피로감, 두통, 발열 등 부작용이 있었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번 사망 사례를 조사중이다. 플로리다주 보건당국은 이번 사망에 대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조사를 의뢰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검시관은 마이클씨의 사망을 조사중이며 사망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부검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DC의 대변인인 크리스텐 노드룬드는 “보다 많은 정보가 확보되면 상황을 평가하고 적절한 시기에 필요 조치에 대해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매우 드물지만 백신에 대한 심각한 반응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망자가 백신을 접종한 마운트시나이의료센터는 환자 개인 정보보호를 언급하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망자의 부인에 따르면 남편이 백신을 접종받은 뒤 3일만에 손과 발 피부 아래로 붉은 반점 또는 점상 출혈이 생겨 병원 응급실로 갔다. 혈액 검사 결과 혈액 응고에 필요한 혈소판 수치가 0으로 나타났으며 급성 면역 혈소판 감소증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전화 인터뷰를 거부한 마이클씨의 부인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남편은 기저질환이 없었으며 약물이나 백신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며 “담배를 피우거나 약물을 먹지 않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마이클씨의 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남편은 팬데믹 초기부터 마스크를 착용해 코로나19 감염력이 없었고 백신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며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2주 동안 의료진은 남편의 혈소판 수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최후의 수단인 긴급 수술을 받기 이틀 전 혈소판 부족으로 인한 출혈성 뇌졸중으로 몇 분만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마이클씨의 치료에 관여하지 않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혈액질환 전문의인 제리 스파이박 박사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백신과의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며 다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백신 접종이 중단되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성 면역 혈소판 감소증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혈소판을 공격하거나 혈소판을 만드는 골수세포를 공격할 때 발생한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일부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정 항생제 등 일부 의약품도 이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스파이박 박사는 “알 수 없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일부 개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매우 특이한 사례”라며 “백신 접종자가 많아지면 드물게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면역체계를 자극하고 이론적으로는 드물게 접종자 자신의 세포 중 일부를 적으로 잘못 식별해 파괴 대상으로 삼는다. 스파이박 박사는 마이클씨의 죽음과 코로나19 백신과의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근거로 우선 혈소판 감소 증상이 백신 접종 후 빠르게 나타났다는 점을 꼽았다. 또 마이클씨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에 비해 건강하고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도 거론했다. 

필라델피아아동병원의 백신 및 감염병 전문가인 폴 오피트 박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홍역에 걸리거나 홍역 백신을 맞을 경우 유사한 혈액 응고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 일시적이며 심각한 경우는 없다”며 “홍역 백신 접종자 2만5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오피트 박사는 “이번 사례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인 윌리엄 쇼프너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혈소판 감소증이 일부 약물과 연관이 되지만 백신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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