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안철수, 첫날부터 '불꽃'..단일화 게임 본격화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나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언급 안 하면서도 "결국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으로 지칭하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단일화 방식에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여전히 하지 않으면서 자칫 "야권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실 것"이라며 맞받았다. 야권단일화가 아닌 3자 대결까지 거론하며 압박해오는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경고하는 차원이다.
특히 지난해 원내사령탑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대여투쟁을 이끌었던 이력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가 취임 후 최고 수준(이하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을 보이는 만큼 투쟁적인 이미지가 부담이 아니라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저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오만에 가장 앞장서서 맞서 싸운 소신의 정치인"이라며 "누군가는 숨어서 눈치보고 망설일 때, 누군가는 모호한 입장을 반복할 때, 저는 높이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안 대표를 향해서는 "쉽게 물러서고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에겐 이 중대한 선거를 맡길 수 없다"며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결국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 어떻게 야권을 대표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과거 안 대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 대통령 등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전력을 꼬집은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안 대표와 단일화 협상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오늘은 제가 서울시장 후보로서 국민들께 출마하겠다는 보고 말씀을 드리는 날이라서 제 선언문에 녹아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해석해서 쓰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 선출 과정에서 안 대표가 자꾸 거론되는 것에 격노하자 나 전 의원 역시 이날 안 대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서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해달라는 게 야권 지지자들의 지상명령"이라며 "따라서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또는 거부한다면 야권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실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우선은 이것을 개인이나 또는 특정 정당의 이해 타산에 의해서 결정하면 안된다는 그런 원칙을 모두 다 공유하면 좋겠다"며 "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상대방이라고 하면 사실 그 지지자들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야권 대표성이란 게 결국 국민들께서 정해주시는 것"이라며 "그래서 어떤 정당 차원에서 생각하지 말고 보다 더 크게 바라보고 어떻게 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정하는 중요한 선거에 야권이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그것에 대한 생각부터 공유하는 게 먼저 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나 전 의원이 이날 자신을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으로 비판한 것에는 "우리 상대는 여권 후보다. 그것만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태도는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원칙과 대의를 강조하면서 '기호 2번' 즉 제1야당 후보를 고집하지 말고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최대한 키우겠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의힘 후보 선출 후 단일화 협상'이 3월에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당밖 경선 주장도 나오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안 대표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일축하는 터라 현실성이 떨어진다.
단일화에 끝내 실패한 뒤 3자 대결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안 대표를 향한 '압박용'으로 읽히지만 김 위원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거듭 3자 대결에서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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