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누가 개업합니까"..빈 그릇만 쌓여가는 황학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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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주방거리'가 얼어붙었다.
황학동 주방거리는 주방용품 관련 상점 400여곳이 밀집된 곳이다.
'중고거리'로도 불리는데 폐업하는 식당의 중고 주방용품이 이곳으로 흘러든다.
주방용품을 중고로 팔겠다는 잠재 고객은 많지만, 중고용품을 새로 살 개업 고객이 없어 황학동 상인들은 매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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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주방거리’가 얼어붙었다. 국내 주방용품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온종일 가게를 지키고 있어도 허탕 치기 일쑤다. 식당 개업이 많아야 시장이 돌아가는데, ‘코로나 시국’에 개업 손님을 찾을 수가 없다. 창업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는 셈이다.
지난 12일 찾은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는 휑했다. 기자의 눈에도 손님이 들어오지 않았다. 추운 겨울 거리에 가득 쌓인 스테인리스 주방용품들은 더 차갑게 느껴졌다.
황학동 주방거리는 주방용품 관련 상점 400여곳이 밀집된 곳이다. '중고거리'로도 불리는데 폐업하는 식당의 중고 주방용품이 이곳으로 흘러든다. 식당하는 자영업자라면 ‘황학동 주방거리’는 필수코스다. 27년째 주방용품 거리에서 상점을 운영한 김준일씨(가명·51)는 "제주도에서 트럭이 와 물건을 가져갔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김씨는 "주요 소비자인 식당 개업 고객이 없어 폐업한 식당이 있어도 중고용품을 매입할 수 없다"며 "코로나가 잠잠했던 9~11월엔 그나마 나았는데 지금은 IMF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라고 전했다.
이미 상인들의 창고는 가득 찬 상태다. 물건이 빠지지 않으니 중고용품을 사도 보관할 곳이 없다. 간혹 중고용품을 팔려는 문의가 와도 너무나 싼 매입가격에 판매자가 포기하는 때도 많다.
최모씨(64)는 "매입할 때 주인에게 제대로 된 가격을 쳐줄 수가 없어 식당에서도 팔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종일 출근해 있어도 전화 한 통, 손님 한 명 없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그릇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 윤지영씨(가명·65)는 "식당이 문을 열어야 시장에서 물건이 팔리는데 지금 누가 개업을 하겠냐"며 "음식점이 어려움에 부닥치면 그다음은 주방용품 시장이다"고 말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던 오후 1시쯤 가게에 첫 손님 한 명이 찾아왔다. 손님은 철제 뒤집개 2개를 8000원에 사 갔다. 윤씨는 "오후 1시면 개시를 빨리 한 편"이라며 "하나도 팔지 못할 때도 많다”며 말끝을 줄였다. 자영업이 무너지면서 후방산업도 함께 쓰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구점 상인 이모씨(32)는 "대부분 가게가 창고를 갖고 있는데, 지원금 100만원으로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한 달 임대료를 내기도 힘들다"며 "차라리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정책이 도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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