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장내 미생물 무너지면 코로나 중증 부른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1. 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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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 사는 미생물의 전자현미경 사진. 유익 미생물이 줄고 병원성 미생물이 늘면 코로나 증상이 악화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Sciecne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코로나 중증 환자를 유발한다는 주장이 국내에서 제기됐다. 추가 연구를 통해 상관 관계가 확증되면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의 김희남 교수는 지난 12일 미국 미생물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엠바이오(mBio)’에 발표한 논평 논문에서 “지난 1년 간 발표된 학술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장내 유익 미생물이 사라지고 장 누수가 발생하는 등 장 상태가 나빠지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 표피와 내부 장기는 표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결합하는 ACE-2 수용체 단백질이 널리 퍼져 있어 바이러스와 접촉하면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장내 유익 미생물이 감소하고 누수가 발생하면 바이러스가 인체 방어 체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장 내벽 넘어 온몸으로 퍼져

김 교수는 코로나 중증 환자들은 대부분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손상된 사람인 점이 장 건강이 바이러스 감염과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코로나는 노년층이나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자가 잘 걸리고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도 크다.

이들은 대부분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진 상태이다. 김 교수는 “장내 미생물 건강 상태가 나쁜 환자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장의 내벽 세포까지 접근하고, 심지어 장벽을 통과해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호흡기로 감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간과 신장, 심장, 심지어 뇌까지 침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장 건강과 코로나 증상 사이의 연관성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가능성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연구진은 코로나 환자 절반은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만, 그 중 절반만 설사나 매스꺼움 같은 장 손상 증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장이 건강하면 바이러스가 있어도 감염이 일어나지 않지만 장내 미생물 상태가 나빠지면 바로 감염 증상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고 장 누수가 일어나면서 코로나 중증이 일어나는 과정./고려대

◇”건강한 사람 분변 이식도 고려해볼 만”

코로나 환자는 장내 유익 미생물이 감소하고 병원성 세균이 증가한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특히 장 건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뷰티르산 생산균이 감소한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김 교수는 “의료 인프라가 좋은 미국과 서유럽에서 코로나 피해가 큰 데는 식이섬유를 잘 먹지 않는 서구식 식단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린 것도 한 몫 했다고 보인다”며 “섬유질 섭취를 늘리면 장 건강이 좋아져 코로나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이어질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중증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는 방법도 시도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치명적 설사병 치료에 건강한 사람의 분변에 있는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는 방법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분변 미생물총 이식의 적용 질환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내 미생물이 암이나 당뇨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나 물만 먹어도 살찌는 사람에게는 고유의 장내 미생물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심지어 우울증이나 자폐증, 치매 같은 뇌질환도 장내 미생물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앞다퉈 장내 미생물을 치료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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