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관심 없는 강남 부자들, 재미 본 상품 따로 있다" [정소람의 뱅크앤뱅커]

정소람 2021. 1. 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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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VVIP PB센터서 말하는 요즘 부자들
"세금-부동산이 최대 고민"
서울 역삼동 우리은행 TCE센터. 사진=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증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주식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너도 나도 증권 계좌를 트고, 예적금을 깨 자금을 증시로 옮기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현금을 그냥 두면 손해'라는 인식도 어느 때 보다 높아진 듯합니다.  

일명 '강남 부자'라고 불리는 전통적 부자들은 어떻게 요즘과 같은 장세를 활용하고 있을까요. 지난 12일 서울 역삼동 우리은행 TCE 강남센터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금융자산만 30억원 이상 갖고 있는 자산가를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PB(프라이빗)센터로, 지난해 문을 열었습니다. 최고급 자재를 활용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PB(프라이빗뱅커)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최상위권 부자'들을 상대하는 이곳의 상담 패턴은 요즘 어떤지 물었습니다. 의외로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리는 사람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애초에 부를 일군 원천이 본인 사업이나 부모 증여, 또는 부동산이다 보니 주식으로 '방망이 짧은 투자'를 하는데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또 자산 규모가 워낙 많다 보니 손실 가능성이 큰 투자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고 합니다. 개미는 투자 자산의 10%를 잃어도 손실 금액이 크지 않지만, 자산가의 경우 10%를 잃으면 손실이 크겠지요. 

모바일을 통한 주식 거래도 대부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선 PB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연령층이 대부분 중장년층입니다. 많은 금액을 비대면을 통해 거래하는 것은 '불안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건데요.  이때문에 PB들에게 수수료를 주더라도 대면 상담을 한 뒤 투자를 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부자들 중에서도 나이에 따라 온도차는 있다고 합니다.  젊은 남자 자산가들의 경우 직접 투자 비중을 늘리는 편이라고 하네요. 한수연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부지점장은 "10억~30억 원 사이의 금융 자산을 가진 벤처 사업가 등 젊은 자산가는 개별 주식을 많이한다"며 "대부분이 사업가기 때문에 은행 올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50대 이상은 은행에 와서 상담을 받은 뒤 펀드나 신탁형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입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인덱스 펀드(지수형 펀드)가 많이 올라 여기서 재미를 본 사람들도 많다고 하네요. 테마는 여전히 자율주행, 전기차, 친환경 등이 인기랍니다.  

비트코인은 관심이 아직 크게 없다고 합니다. 아직 자산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자산이라고 보는 탓에, PB센터에서도 상담을 해주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이미 부를 쌓아 놓은 탓에 '몰빵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는 것 보다는 자산을 지키며 적정한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관심인 탓도 있겠지요.  

가장 많은 상담을 하는 분야는 여전히 부동산, 그리고 세금이라고 하네요. 전통적인 부자들은 최근 부동산 규제 강화 등에 따른 세금을 어떻게 줄일 지 가 가장 고민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여유자금이 있으면 '꼬마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이나 추가 주택 구매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최근 3기 신도시 개발로 인해 많은 토지 보상금을 받게 된 '벼락 부자'들도 땅으로 번 돈을 다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비중이 훨씬 높다고 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부자들이 행동하는 원칙에 순서가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부자들은 투자를 할 때 1)환금성이 좋은지(현금으로 빨리 유동화할 수 있는지 2)리스크가 크지 않은지 3)수익률이 좋은지 등의 순서로 검토한다고 하네요. 요즘 '개미'들이 이와 반대의 순서로 투자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가 된다는 의견도 전해 왔습니다.

물론 이미 쌓아 놓은 부가 많은 '그들만의 세계'일 수도 있습니다만, 증시가 활황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하기 보다는 부자들의 요즘 행동 패턴을 참고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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