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안창림, '차별'을 메치다

허종호 기자 2021. 1.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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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 딱 걸렸네 : 1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도하마스터스 남자 73㎏급 결승전에서 일본의 하시모토 소이치가 안창림의 오른팔을 무리하게 꺾고 있다. 대한유도회 제공

- 세계 2위 하시모토에 반칙승…유도 도하마스터스 73㎏ 金

日서 국적 이유로 대회출전 제한

귀화 뿌리치고 2014년 한국행

체력 강화에 집중… 기술과 조화

숙적 하시모토에 4승2패로 앞서

올 일본서 열리는 올림픽金 꿈꿔

재일교포 3세 안창림(27·필룩스)이 일본을 꺾었다. 숙적이자 차별의 시발점이 됐던 하시모토 소이치(30)를 제압했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안창림은 1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도하마스터스 남자 73㎏급 결승전에서 하시모토와 연장(골든스코어) 접전을 펼쳤고 반칙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안창림은 금메달과 함께 랭킹 포인트 1800점을 획득했다.

안창림과 하시모토는 악연. 안창림이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터전을 옮긴 것도 하시모토 때문이다. 안창림은 쓰쿠바대 2학년이던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당시 도카이대의 하시모토를 연장전에서 업어치기 절반승으로 제압했다. 안창림을 눈여겨본 일본대표팀은 귀화를 제의했지만, 안창림은 거절했다. 그리고 한국 국적이란 이유로 주요 대회 출전을 제한했다.

안창림의 부친은 아들의 장래를 염려, 귀화를 권유했지만 안창림은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았고, 한국으로 와 2014년 2월 용인대로 편입했다. 그리고 한 달 뒤 가슴에 자랑스러운 태극마크를 달았다.

안창림은 이듬해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대표팀으로 출전, 보란 듯이 하시모토를 제압했다. 그런데 2017년 세계선수권 개인전과 혼성단체전에선 하시모토에게 거푸 패했다. 절치부심한 안창림은 2018년 그랑프리와 세계선수권에서 하시모토에게 설욕했고, 이번에 또다시 하시모토의 자존심을 꺾었다. 국제대회에서 안창림은 하시모토와 6차례 맞붙어 4승 2패의 우세를 지키고 있다. 안창림은 세계랭킹 13위, 하시모토는 2위.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국제대회가 8개월 동안 중단됐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랭킹은 큰 의미가 없고 둘 모두 올해 7월로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 우승 후보로 꼽힌다. 그래서 이번 승리는 더욱 돋보인다.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아는 사이. 경기는 팽팽하게 전개됐고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하시모토가 반칙을 저질러 안창림이 승리를 거뒀다. 안창림과 하시모토는 연장전 1분 57초에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지도 1개씩을 받았다. 이미 지도를 받았던 안창림은 강인한 체력을 앞세워 하시모토를 밀어붙였고, 하시모토는 3분 43초에 소매 들어 메치기를 시도하다 안창림의 오른팔 소매만 잡았다. 안창림의 오른팔은 하시모토의 상체에 눌려 뒤로 꺾였다. 안창림의 입에서 “악” 소리가 나왔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무리한 기술이었기에 심판은 하시모토의 반칙패를 선언했다. 다행히 안창림은 가벼운 통증만 느낄 뿐, 부상은 피했다.

안창림은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그에게 일본은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일본유도는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다. 안창림은 초등학교 1학년이던 해 유도에 입문했고 기술을 앞세우는 일본식 유도를 익혔다. 일본유도 특유의 다양하고 정확하며 연속적인 기술을 구사한다. 한국으로 건너온 뒤엔 힘과 체력을 키웠다. 선수촌에 들어간 뒤엔 체력 강화에 중점을 뒀고 지금은 기술과 체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안창림의 가족은 일본 교토에 거주하고 있다. 안창림의 할머니는 지난달 초 작고했지만, 그의 부모는 안창림의 장례식 참석을 만류했다. 일본에선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 중이며, 도하마스터스에 대비한 훈련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 안창림은 도하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며 할머니에게 값진 선물을 안겼다.

안창림은 “도쿄올림픽은 의미 있는 무대”라며 “특히 올림픽 유도가 열리는 도쿄무도관은 일본 전국대회 첫 우승을 했던 곳”이라고 밝혔다. 일본유도의 상징인 도쿄무도관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게 안창림의 꿈이다.

안창림까지 한국대표팀은 금메달만 3개를 수확했다. 이틀 연속 종주국 일본(금 2, 은 4), 유럽유도의 강국 프랑스(금 2, 은 1, 동 1)를 제치고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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