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잘나간다는데, 아이돌그룹 줄줄이 해체.. 왜?

안진용 기자 2021. 1.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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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갓세븐
AOA

- 커진 외형 속 부익부 빈익빈… 가요계 구조조정 불가피

JYP 보이그룹 갓세븐 재계약 불발

걸그룹 구구단·AOA도 해체 수순

레드벨벳·마마무·러블리즈 등

올 데뷔 7년차 재계약 그룹 많아

멤버 이해관계 커지며 존속 진통

수익 막대했던 콘서트 엄청난 타격

1년 버틴 K-팝 시장 최악 상황에

“올해에는 K-팝 시장 구조조정이 진행될 겁니다.” 연말·연초 만난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를 필두로 한 K-팝 훈풍 속에 시장은 커졌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오히려 가속화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K-팝 시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지만 커진 외형을 채울 실속은 부족한 데다가 올해 데뷔 7년 차를 맞아 재계약을 앞둔 그룹이 즐비해 2021년 가요계는 구조조정을 통한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갓세븐·구구단, 줄줄이 해체

지난 11일 JYP엔터테인먼트는 보이그룹 갓세븐과의 계약이 만료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체’라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갓세븐’이라는 상표권을 가진 JYP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는 갓세븐으로 활동할 수 없기에 사실상 해체 수순이라 할 수 있다.

갓세븐은 지난해 발표한 앨범 ‘DYE’가 45만 장(가온차트 기준)이 넘게 팔린 정상급 그룹이다. 장당 가격을 1만5000원으로만 잡아도, 앨범 1개의 매출이 7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JYP와 갓세븐의 재계약은 불발됐다. 업계에서는 갓세븐이 ‘7년 차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각 멤버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한국·미국·대만·태국 등 다국적 멤버들이 모인 그룹이기 때문에 개별 활동의 반경도 넓다. 이들의 개별적 요구를 회사가 모두 수용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보름 전에는 걸그룹 구구단이 공식 해체했다. Mnet ‘프로듀스 101’이 배출한 걸그룹 아이오아이 멤버 세정, 미나가 속한 그룹으로 주목받았으나 데뷔 4년 만에 그룹 활동을 종료했다. 데뷔 시절 8인조로 출발했던 걸그룹 AOA는 올해 초 멤버 1명의 전속계약이 만료되면서 3명만 남게 됐다. AOA 역시 더 이상 그룹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 대표는 “인기가 높은 그룹은 당연히 재계약 시점에 수익 배분에서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한다. 아무리 많은 매출을 올려도 가수가 가져가는 몫이 커져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해체하는 쪽을 택한다”며 “7년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더라도 그룹 유지만으로 회사 손실이 크고 향후 수익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도 그룹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데뷔 7년 차가 돼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는 그룹이 많다. SM의 레드벨벳, YG의 위너를 비롯해 마마무, 러블리즈, 라붐 등이다. 큰 팬덤을 확보한 소위 ‘A급’ 그룹이 많기 때문에 올 한 해 재계약과 그룹 존속을 둘러싸고 가요계가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형태는 유지하더라도 몇몇 멤버가 소속사를 떠나 개별 활동을 시작하면 그룹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콘서트,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가요기획사가 그룹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멤버 몇몇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구설에 오르더라도 단단한 팬덤이 유지돼 소위 ‘돈이 된다’면 당연히 그룹을 유지한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는 K-팝 그룹 매출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던 공연 시장을 폐쇄시키며 엄청난 타격을 안겼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가요 시장은 온라인을 통한 언택트 콘서트 카드를 꺼냈다. BTS가 선보인 ‘방방콘’이 75만 명 이상의 온라인 관객을 모은 후 가요기획사들이 앞다퉈 온라인 공연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제로 진행했다. 저마다 성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이는 오프라인 콘서트의 ‘대안’일 뿐 매출 감소는 불가피했다.

온라인 공연의 티켓 가격은 오프라인 공연의 20∼30% 수준이다. 물론 한꺼번에 더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프라인 공연의 경우, 현장에서 굿즈(goods) 판매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실제로 현재 가요계에는 매물로 나온 그룹이 많다”며 “미주나 유럽, 남미, 일본 시장을 겨냥해 장기 공연으로 수익을 창출하려 했으나 전략적 돌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니 지분을 내놓는 것인데 자본가들도 선뜻 나서지 않아 해체를 선택하기도 한다. 지난 1년을 버틴 K-팝 시장은 현재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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