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유령' 참매는 왜 올림픽공원에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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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붉은목지빠귀를 관찰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참매는 먹이를 먹으며 나름대로 주변을 경계하지만 무관심한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는다.
참매는 숲 속에서 은밀하게 사냥해 '숲의 유령'으로 불린다.
도심인 올림픽공원도 참매의 사냥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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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먹이 비둘기 찾아 도심 공원 진출..유럽선 이미 도시 맹금류로 자리 잡아
12월 23일 붉은목지빠귀를 관찰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이곳저곳을 살피며 걷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산책로부터 20여m 떨어진 곳에서 참매가 사냥한 비둘기를 버젓이 먹고 있었다. 참매는 먹이를 먹으며 나름대로 주변을 경계하지만 무관심한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는다.
참매는 숲 속에서 은밀하게 사냥해 ‘숲의 유령’으로 불린다. 최근 유럽에서는 먹이인 비둘기를 찾아 도심에서 참매가 공원과 묘지 등에서 번식하고 있다.(도시에 자리 잡은 참매, 적응 비결은 ‘비둘기 반찬’)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
바람을 타는 새, 참매는 진정한 사냥꾼이다. 꼬리는 방향 조절과 정지 역할을 하고 발은 먹이를 움켜쥐는 것뿐 아니라 나무 사이를 오가며 나뭇가지를 짚어가며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
예리한 눈은 망원렌즈와 같아 8㎞ 떨어진 곳의 먹이를 포착한다. 참매는 먹잇감을 주로 지상과 가까운 높이에서 비행해 잡거나 공중에서 짧고 매우 민첩한 추적비행으로 사냥한다(‘바람 타는 새’ 참매 육아, 85일 관찰기).
지형지물을 사냥에 잘 활용하는 새 답게 나무 같은 자연적 구조물은 물론이고 도시 공간을 매우 능숙하게 활용하며, 주택가에서도 은밀하게 접근해 사냥한다. 오랜만에 사냥했는지 예민한 참매가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인데도 허기를 채우려 허겁지겁 먹는다.
도심인 올림픽공원도 참매의 사냥터다. 번식기에는 산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보기 힘들지만 비번식기인 겨울이면 행동반경도 넓어지고 도심에 많은 비둘기 사냥은 손쉽기 때문이다.
그동안 새를 관찰하면서 많은 새가 주변 환경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도심에서는 고층 건축물의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 등이 참매에 치명적인 덫이 된다.
참매는 이미 배불리 먹었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코앞에서 참매를 만난 건 큰 행운이었다. 주변에서는 까치가 서성이며 참매가 떠나기를 기다린다.
이때 맹금류를 희롱하는 까치라도 자칫 가까이 접근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참매가 떠났다. 까치가 잽싸게 참매가 남긴 먹이에 덤벼든다. 까치끼리 먹이를 놓고 경쟁을 한다.
붉게 드러난 비둘기의 사체가 깔끔한 도심에서 볼썽사나울 수 있겠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참매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찾아온다는 건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뜻도 된다.
물론 참매에 도시라는 새로운 서식지는 기회이자 도전일 수 있다. 참매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지는 이제 우리의 과제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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