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어려우니 나가라" 교사 6명 해고 통보한 사학재단

박용근 기자 2021. 1. 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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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주예술고 교사 A씨가 방학중 재단으로부터 받은 해고 예고통지서.

“억울하고, 속상하고, 황당합니다. 학교가 어려운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자구노력을 해 보자고 재단에 외쳐봤지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라는 날벼락이었습니다.”

전북지역 사립학교인 전주예술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지난달 29일 재단으로부터 해고 예고통지서를 등기로 받았다. 성·안나 교육재단 이사장 명의의 통지서에는 ‘근로기준법 24조1항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1월31일부로 해고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재단 이사장은 ‘정부의 재정지원없이 운영되는 특목고로서 학생수 급감, 신입생 모집 부진 등으로 학교재정수지가 악화됐다’는 해고 사유도 첨부했다.

이날 성·안나 교육재단의 중학교 교사 1명과 고교 교사 5명도 똑같은 통지서를 받았다. 재단 전체 근무 교사가 50여명이니 10%의 선생님들이 졸지에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 사학재단은 1995년 설립돼 내로라할 문화예술 인재를 꾸준히 배출해 왔다. 하지만 수업료가 비싼데다 최근 입학자원이 줄면서 신입생이 급감했다. 올해 예술고는 정원이 210명(7학급)인데 69명을 채우는데 그쳤다. 지난해 신입생은 140명이었다. 한 해만에 절반이 줄었다. 특성화학교인 예술중학교는 교육청에서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아 감당을 했다. 하지만 교육청 지원없이 학생 1인당 수업료 150만원(1분기)을 받아 운영해 온 자율형 사립고인 고교 경영은 어려워졌다. 2018년부터 체불된 교사들 임금은 6억여원이 넘었다. 28명의 교사들은 교사협의체를 만들어 대책을 요구했다. 재단이 교사들의 의견을 묵살하자 밀린 임금을 받아내기 위한 소송도 제기했다. 교사들은 재단과 맞선 것이 일방적인 해고통보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단이 해고 예고 통지서와 보낸 인사발령통지서.

재단측은 경영난이 해고로 이어졌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재정보조를 받고 있는 중학교 B교사도 해고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재단과의 소송을 처음부터 주도해 온 것이 죄다. 해고 통지서를 받은 선생님들 대부분이 재단에 밉보인 사람들”이라며 “기간제 채용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교사들이 수업을 더 맡겠다고 할 정도로 자구책을 모색하자고 했지만 재단은 껄끄런 사람들을 쫓아 내는 보복 해고를 결정 했다”고 분개했다.

법원 판례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급·학과의 폐지, 과원을 이유로 교원을 직권면직하려면 교원의 신분보장이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과 근거에 따라 면직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재단이 자의적으로 면직처분을 하는 것은 교원 임면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측은 직권면직의 경우 사립학교법이 적용되지만,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어려움에 의한 정리해고는 사립학교법 적용을 받지 않아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날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에 대한 보복성 부당 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학교 구성원에게 부실한 학교 경영에 대해 사과해야 하며, 전북교육청은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학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최수경 정책실장은 “선생님들은 방학중 집에서 왜 해고 대상이 됐는지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2월부터 교단에 설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임금까지 줄 수 없을 정도로 학교경영을 부실하게 한 책임을 교사들이 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게 된 것”이라며 “명백한 보복성 해고”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긴박한 경영상 위기에 직면해 이를 해소하고자 모든 수단을 사용한 후 최후적으로 근로기준법 및 관련 대법원 판례에 따른 적법한 절차에 의해 객관적인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마련했다”면서 “구조조정은 사립학교법 및 기타 교육관계법 령에 따라 교원을 면직한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24조‘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거 적법하게 근로자를 해고한 것이지 부당해고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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