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도전과 분투..김선욱의 지휘자 데뷔 무대

강종훈 2021. 1. 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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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 KBS교향악단' 공연 리뷰

'김선욱 & KBS교향악단' 공연 리뷰

'김선욱 & KBS교향악단' 공연 장면 [빈체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나성인 객원기자 = 새해에도 코로나 시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가운 공연이 열렸다. 여전히 거리두기를 시행해 두 좌석을 띄워놓은 채 진행됐으나 음악에 대한 목마름과 열망이 빈자리를 대신 채우는 듯했다.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선욱 & KBS교향악단' 공연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지휘자 데뷔 무대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간 베토벤과 브람스 등 독일 거장들의 피아노 작품을 탁월하게 해석해온 그였기에 많은 음악 팬들의 기대를 불러 모았다.

더욱이 연주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7번으로 전체가 베토벤으로만 구성됐다. 거리두기 지침으로 인한 악단 편성의 축소로 인한 변경이었지만, 데뷔 무대부터 베토벤을 선택한 것은 그 자체로 과감한 도전이라 할 만하다.

후기 낭만주의의 거대하고 복잡한 작품에 비해 고전주의의 모차르트나 베토벤 연주가 더 쉬우리라는 것은 흔한 오해다. 편성은 상대적으로 작을지 몰라도 베토벤의 작품은 전곡 내내 균형감각과 엄밀성을 요구하면서도 표현의 폭이 상당히 큰 난곡에 속한다. 말하자면 형식도 엄격하게 따라야 하지만 동시에 지루해져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음악의 세부 표현에 생동감과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이번 공연의 전반부를 장식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탁월한 감각과 KBS교향악단의 안정적인 호흡이 빚어낸 수연이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갖가지 대조 효과로 구성돼 있다. 리드미컬한 첫 주제와 서정적인 둘째 주제의 대조도 그렇거니와 피아노 독주부와 관현악의 합주부, 악곡의 핵심인 주제 부분이나 그 사이를 연결하는 경과구들도 대조를 이룬다.

지휘자로서 김선욱은 이러한 대조를 선명하게 잡아내는 것을 해석의 포인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독주와 합주가 교체되는 순간 드러나는 생생함과 역동성은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독주부는 과연 김선욱이라고 할 만큼 유연하고 군더더기 없는 연주가 일품이었다.

요약하자면 김선욱과 KBS교향악단은 베토벤 초기의 싱싱함을 잘 살려 듣는 재미를 전해줬다. 다만 2악장 아다지오는 다소 음향이 외향적이어서 아다지오라는 지시어에 함의된 내면성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빠른 악장들과의 대조 효과가 반감되는 면이 있었다.

'김선욱 & KBS교향악단' 공연 장면 [빈체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 후반부에 연주된 베토벤 교향곡 7번은 여러 음악의 기본 요소 가운데 리듬의 역할이 가장 부각된 작품이다. 바그너가 춤의 신격화라 부르고, 뉴먼이 디오니소스의 제전이라 부른 이 교향곡은 뛰어난 연주 효과로 인해 베토벤 생전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베토벤 연주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지휘자 김선욱은 이 난곡의 핵심에 다가가려고 분투했고 적어도 첫 두 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장악했다. 그러나 극도로 정확해야 하는 기본 리듬이 다소 무뎠고, 이것이 뒤로 갈수록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유연한 프레이징과 세부 악상의 효과는 훌륭하게 재현됐지만, 기본 리듬의 반복에서 호흡이 유지되지 못했다.

이 교향곡의 정적인 부분인 2악장에서는 기본 리듬이 마치 반주처럼 지나치게 뒤로 물러나 긴장감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3악장의 가운데 부분(트리오)에서는 금관과 팀파니의 크레셴도가 다소 과해 전체의 균형감 대신 극적 효과가 더 부각됐다.

마지막 4악장은 말 그대로 리듬의 향연이며 바쿠스 축제의 난장이다. 이 난장을 연출하려는 지휘자는 역설적으로 냉정하게 어우러지는 모든 리듬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지휘자 김선욱이 아직 지휘대에서는 무르익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단단하고 정밀해야 하는 리듬이 완전히 '조여지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고, 결과적으로 음악적 에너지가 가장 응집되어야 하는 코다 부분에서 다소 어긋나는 대목이 나타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 같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지휘자 김선욱의 데뷔 무대는 따뜻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미답지를 개척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잠깐 반짝하는 스타가 아니라 오래도록 사회의 교양을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예술가를 기다린다면, 우리는 지휘자 김선욱의 도전에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김선욱 & KBS교향악단' 공연 장면 [빈체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ied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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