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잔인한 여성혐오 문화가 9000명의 어린이를 죽였다
[경향신문]
1900년대 아일랜드의 비혼모 시설에서 9000명의 아이가 방치와 학대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조사 결과 이 시설들은 가톨릭에서 운영하던 곳으로 혼외 출산을 죄악시하던 문화가 싱글맘과 아이들을 끔찍한 학대와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일랜드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 등 추가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아일랜드 정부 조사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1922년~1998년 비혼모시설에서 발생한 학대와 어린이 사망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18개 기관에서 영유야 약 9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시설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15%가 사망했는데, 같은 기간 전체 평균 사망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위원회는 밝혔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숨막히고 억압적이며 잔인한 여성혐오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가톨릭 문화가 강했던 아일랜드에선 당시 혼외 관계에서 여성이 출산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고,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세례도 거부당했다. 비혼 여성이 아이를 가지면 강제로 시설에 보내거나, 동의 없이 아이를 입양시키기도 했다. 위원회는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동의없이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밝혔다.
당시 비혼모시설에 있었던 한 여성은 현지 언론 아이리시 타임스에 “3일 동안 (출산) 진통을 겪었지만 의료진 없이 혼자있었다”며 “수녀들이 죄를 지었으니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새벽 5시부터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설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영양실조와 전염병 등으로 사망했는데 사실상 방치되거나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갓 태어난 아이들 중엔 살릴 수 있었는데도 방치되다 사망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위원회는 “많은 비혼 여성들이 기관에서 정서적 확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14년 한 역사학자가 골웨이주 투암 마을의 비혼모 시설에서 영유아 802명이 묘비도 없이 집단 매장된 사실을 밝혀낸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 시설은 1925년부터 1961년까지 수녀원에서 운영했고, 1970년대 폐쇄됐다. 이때 매장된 아이들의 신원은 아직까지도 다 밝혀지지 않았다.
위원회는 5년동안 조사를 벌여 이번에 300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추모와 보상을 포함한 53개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원인을 알 수 없이 사망처리되거나 행방불명된 여성과 아이들의 상당 수가 당시 비혼모 시설의 학대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여, 향후 추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 가톨릭 대주교 이몬 마틴은 “사람들을 낙인찍고 평가하고 거부하는 문화가 교회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모든 피해자들에게 전적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마틴 대주교는 피해자 보상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시설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매장 장소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의 협조를 구한다”고 밝혔다.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12일 “우리는 과거의 진실을 직면해야 한다”며 “온 사회가 이 비극에 연루돼있다”고 말했다. 마틴 총리는 13일 의회에서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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