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눈이 먼 청년과 상처 입은 여자.. 치명적 결핍에도 지고지순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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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영화치곤 강렬한 인물 설정이 초반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붙든다.
눈먼 청년 루벤과 알비노처럼 하얀 머리와 피부, 얼굴에 흉측한 상처까지 가진 여자 마리.
루벤은 점차 마리의 기품 있는 목소리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마리도 꽁꽁 묶어뒀던 마음의 문을 연다.
하지만 카이와 게르다의 사랑이 동화 속 환상이라면, 루벤과 마리의 러브스토리는 차별과 편견에 가로막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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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라인드’
멜로영화치곤 강렬한 인물 설정이 초반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붙든다. 눈먼 청년 루벤과 알비노처럼 하얀 머리와 피부, 얼굴에 흉측한 상처까지 가진 여자 마리. 루벤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상실한 후 날마다 고통에 몸부림친다. 자신을 도와주려는 주변의 손길을 거부한 채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마리는 루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새로 온 ‘도우미’다. 역시나 루벤에게 거친 대접을 받지만 오히려 더 단호한 태도로 루벤을 제압한다. 루벤은 점차 마리의 기품 있는 목소리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마리도 꽁꽁 묶어뒀던 마음의 문을 연다. 비록 둘 다 치명적인 결핍을 지니고 있지만 아무 조건도 없기에 행복한 사랑이다.
그러나 채움과 회복이 방해가 될 줄이야. 루벤이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게 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루벤이 다시 앞을 보게 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는 마리는 이제 루벤과의 만남을 피한다. 과연 두 사람은 이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여성감독 타마르 반 덴 도프가 2007년에 만든 작품이다. 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적은 있는데 국내에서 개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데르센의 걸작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눈의 여왕’은 여왕의 마법에 걸려 납치된 소년 카이와 그를 사랑하는 순수한 소녀 게르다의 이야기다. 영화 속 루벤은 마법에 걸려 세상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소년 카이와 닮아 있고, 마리는 카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소녀 게르다와 비슷하다. 하지만 카이와 게르다의 사랑이 동화 속 환상이라면, 루벤과 마리의 러브스토리는 차별과 편견에 가로막힌 현실이다.
이름도 잘 모르는 북유럽의 배우들이 나오지만 감정의 앙상블이 매우 아름답다. 루벤을 연기한 벨기에 출신의 배우 요런 셀데슬라흐츠는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마리 역의 핼리너 레인 역시 감독 겸 배우답게 상처를 지닌 마리의 심리를 몸의 작은 떨림과 호흡을 통해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이들의 사랑이 결국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순간, 극본을 직접 쓴 감독은 더욱 파격적인 방식으로 러브스토리를 완성한다. 오랜만에 보는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다. 비대면의 일상화로 마음이 건조해진 사람들에게 진실한 사랑은 무엇인지 다시 질문을 던진다.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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