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2020년은 절망의 연속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 (6)]

2021. 1. 1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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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잔인한 한 해였다. 지난해 1월 말 운영하는 책방 인근의 교회와 영화관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며칠 뒤 초등학교는 휴교했다. 초등학생이 참석하는 2월 1일 행사를 취소했다. 책방 문 열고 처음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예정된 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취소되고, 대면 독서모임은 계획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카카오톡에서의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2월 카톡 독서모임에서 〈살아야겠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연속해서 읽었다. 책값 할인도 처음 도입했다.

서울 종로의 빈 상가. 코로나19로 많은 동네책방도 폐업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우철훈 선임기자


동네책방 어려움 외면한 정부 정책

3월이 되어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3월 첫 주 일주일 동안 문을 닫았다.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강원도 속초와 제주도의 책방을 들렀다. 다른 서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서 동네책방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서 물어보았다. 우선 2월에 문을 닫은 서점이 많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는 서점도 있었다. 독자가 오지 않아서 비로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오가고, 아이들과 만나는 프로그램은 절대 금지, 외부 활동도 모두 멈추었다고 한다. 통상 매년 2월 매출이 가장 낮았는데, 올핸 3월 매출이 최저라고. 이보다 더한 시간이 올 것 같아서 두렵다고 이야기했다.

3월 마지막 주,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서 동네책방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설문 문항은 동네책방의 현황, 매출 추이, 시급한 지원 분야, 정책제안으로 짰고 서술형으로 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같이 동네책방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대부분의 책방이 다양한 이벤트를 벌였음에도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시작 이후 우편으로 3권 판매한 것이 전부인 책방도 있었다. 또 다른 책방은 한동안 휴업을 하고 하루에 한두팀을 예약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책방들은 3월 이후 방문 손님이 없어 일단은 적금을 깨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미 그때부터 극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었다.

동네책방들은 정부가 현장실사를 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줄 알았다. 기대와 달리 정부는 느닷없이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4월 한달 동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전자책과 오디오북과 종이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책과 함께 슬기로운 거리 두기’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독자가 동네책방을 찾지 않고 책을 구매하지 않아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데, 종이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니 말문이 막혔다. 또 출판계가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할인과 대여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펼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모르기에 이런 정책을 편다고 생각해 문체부와의 회의 자리에서 설문조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전달했다.

5월 문체부 장관이 코로나19 계기로 지역서점의 애로사항을 청취·격려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 자리를 만들었고, 동네책방 관계자를 초대했다. 장관과의 면담 이전에, 4월과 5월 조사결과를 전했다. 동네책방들은 “손님이 거의 없음”, “4월부터는 성수기 시작인데 매출이 극히 미미. 전년 동월 대비 90% 하락”, “2월보다 3월이, 3월보다 4월이 더 힘들”다는 답변을 주었다. 정부에 공공도서관 도서구매 시 정가구매를 요청하고, 공정하게 납품이 이뤄지고,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는 대책 강구를 요청했다. 긴급하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말했기 때문에 장관과의 면담 이후 지원 방안이 한가지라도 나올 줄 알았다.

영화 관람료는 지원하면서

5월 말,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서 6월 4일부터 3주 동안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을 배포한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매주 1인 2매씩 최대 6매를 배포한다는 소식이었다. 동네책방들도 유사한 정책제언을 했음에도 왜 동네책방에서는 시행하지 않는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이고 사람들의 방문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차별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 사이 동네책방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독서 후 밴드, 단톡방, 온라인카페에서 책 속 문장을 적거나 독후감을 적는 비대면 독서활동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동네 주민들에게 책 배달하는 서비스를 개시하고, 온라인주문을 받고 바로 배송하는 책방이 늘어났다. 저자와의 만남도 차츰 온라인을 통해서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송인서적 사태’가 터졌다. 6월 8일 한국에서 두 번째 큰 도서도매상 인터파크송인서적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다. 동네책방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도서관 납품도서를 주문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책값을 선지급했는데, 금액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지. 당장 내일부터 책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지금 책방에 있는 책은 어떻게 반품할 수 있는지. 도매상으로 연락하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그런데 출판유통 선진화를 내걸고서 매년 예산 타령을 하는 문체부와 세금을 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관망만 했다.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3월 신학기 장사를 하나도 못 해서 2학기 신학기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2차 대유행으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손님이 거의 없어서 한 달 순이익이 20만원 정도입니다, 소모임 및 문학 행사 연기 및 취소로 사실상 문화플랫폼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건물주는 임대료를 인상하겠다고 하네요….” 대출금도 바닥나고, 재난지원금으로는 한 달조차 버틸 수 없다면서 폐점과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서점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8월 이후, 더 이상 설문조사를 못 하고 있다. 아무런 대책도 정책도 지원도 할 수 없는데 조사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더 늦기 전에 책방 한 곳이라도 살리기 위해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2021년 1월 동네책방 폐업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나부터 살길을 찾고 있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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