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원리-다가올 미래를 대처하는 행동 지침서 [이 한권의 책]

2021. 1. 1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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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역사의 기관차를 움직이는 엔진은 무엇일까. 도전에 대한 응전, 계급투쟁, 혁신, 과학기술 등 다양한 답변이 제출됐지만 뭔가 미진하다. 인류를 멈추게 한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문명의 존망을 우려하는 단계에서는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역사 인식이 요청된다. 빅 히스토리(Big History)나 미래학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지만, 인간의 정신적 측면에 대한 이해가 아무래도 부족하다. 이런 아쉬움을 채워주는 것이 문명비평가 로렌스 토브의 〈3가지 원리〉다. 비즈니스나 사회적 트렌드에 치중하면서 지나치기 쉬운 종교나 정신성이 미래사회를 구성하는 원리가 될 것이라고 독특한 시각을 선보인다. 지은이가 강조하는 것은 빅 픽처(Big Picture)다.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분리해서 보지 말고 종합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렌스 토브 지음·라파엘 신 옮김·궁수자리
역사를 이해하는 일종의 ‘삼각측량법’인 빅 픽처의 도구는 무엇인가. 바로 성, 연령, 카스트(사회집단)다. 인류의 시작부터 종말까지 이 세가지 모델에서 벗어날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오래된 이야기처럼 문명과 역사도 인간의 변천과 같은 상동 구조를 갖고 있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변화, 유아에서 어른으로의 성장, 1차 집단과 2차 집단을 쉼 없이 귀속하는 모델은 역사적으로 확장된다. 남성적 원리가 지배하던 사회는 양성평등의 원리로 바뀌고 있다. 선진화한 사회일수록 정신적 성숙을 갈망한다. 리더십의 원천이 군인과 상인에서 지식과 종교로 대체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빅 픽처의 관점은 슈펭글러의 문화 형태학을 연상시킨다. 발생에서 몰락까지 유기체와 같은 경로를 밟는 문명을 단계별로 비교하면서 파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한층 심화시켰다는 인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인류사의 전 단계를 끌어와 향후 세계상을 예측한다는 측면에서 거대담론으로 규정될 수 있다. 마르크스가 제시한 사회구성체론이나 토플러가 거론한 제3의 물결처럼 장대한 시간과 공간을 배치해서 개별적 현상이 일과성 사건이 아니라 세가지 원리에 바탕을 둔 심층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현재를 사는 개인과 사회 양자에게 과거를 재평가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다가올 미래를 효율적으로 대처하게 하는 행동 지침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인류사를 관통하는 특수한 범주들은 예언서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천년왕국, 미륵신앙, 후천개벽 등의 종교적 이상향처럼 인류가 도달할 목적지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직선주의적 역사 인식의 변형판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거대담론이 갖는 과도한 단순화나 무차별적 일반화도 문제점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역사와 미래가 뜬금없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질서와 의미가 있다는 빅 픽처의 발상은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에 큰 위안이다. 역사가 우연의 집적이고 우발의 연속이라면 인류는 약속의 땅이라는 목적지를 잃고 끝없이 방황하는 떠돌이 신세가 될 터다. 그래서 〈행복한 왕자〉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도 말하지 않았던가. “유토피아가 없는 세계지도는 펴볼 가치도 없다.”

정승민 독서팟캐스트 일당백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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