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광고 풍년..어부지리 주류업계

전재욱 입력 2021. 1. 1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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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보호 차원 갖가지 규제받는 술 광고
술이랑 먹는 안주는 해당 제약에서 예외 자율 광고
안주 광고는 간적적 술 광고 지적에도 공감대 아직
규제완화 숙원사업 해결한 주류회사가 '승자' 관전평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혼술·홈술이 보통명사로까지 자리하면서 성행한 `안주 마케팅`을 바라보는 주류회사 표정이 흐뭇하다. 술을 마시는 광고는 온갖 제재를 받지만, 술을 마시면서 먹는 음식 광고는 이런 규제에서 예외이기 때문이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규제 일레븐` 적용받는 술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회사가 술(주세법상 술) 광고를 하려면 11가지 규제를 적용받는다.

내용 관련한 규제를 보면, 우선 음주를 미화하면 안 된다. 다소 `추상적`이라서 광고 내용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질병 치료·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표현은 금물이다. 운전·작업 중 술 마시는 내용도 금지다. 임산부와 미성년자가 등장하면 안 된다. CM송을 넣거나, 경품을 걸어도 안 된다. 제품에는 경고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

광고 시간·장소·채널·대상 제약이 더 세다. TV 광고는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못 튼다. 라디오는 24시간 동안 규제 대상이다. 영화관과 지하철·철도 역내 광고는 금물이다. 그나마 알코올 도수 17도 이상 술은 무조건 광고 금지다. 소주와 양주 광고가 없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이 근거다.

규제 당국의 권한도 막강하다. 보건복지부는 주류 광고 내용을 변경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당국과 지자체는 주류 회사를 검사할 권한도 가진다. 법을 어기는 이는 100만원 이하로 형사 처벌할 수도 있다.

주류 광고 제약은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유명인 사진을 술병 광고에 떼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통과되면 ‘참이슬’ 아이유, ‘처음처럼’ 아이린 사진을 볼 수 없게 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몇 해 전에 등장한 16.9도 소주는 저도주 시장 공략 제품이라기보다 TV 광고 규제(17도 이상 금지)를 피한 전략 제품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술 광고 규제가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대상 청정원 안주브랜드 `안주夜`의 `쭈꾸미튀김` 광고. 맥주(빨간 원)와 제품이 함께 광고에 나온다.(사진=광고 갈무리)
◇ `술 아니라 식품`…자율광고 안주

술의 짝꿍 `안주`는 이런 광고 제약이 덜하다. 안주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해당하고, 식품 광고는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의 지배를 받는다. 이 법은 식품 광고가 거짓·과장·기만·현혹 등 우려는 없는지 `내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 광고의 대상·시간·장소·채널 등은 규제하지 않는다. 맥주를 광고에 쓰더라도 `소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제재받지 않는다.

자유로운 광고 환경은 시장 성장을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가정간편식(HMR) 안주 시장은 2016년 200억원에서 지난해 1000억원 규모까지 커졌다. 당시 대상이 처음 `안주夜` 브랜드를 론칭했고 CJ제일제당 `제일안주`, 동원 `심야식당`, 오뚜기 `낭만포차` 등이 합류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광고 규제가 강하면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를 꺼렸으리라는 게 결과론적인 분석이다.

작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런 넉넉한 광고 환경은 빛을 봤다. 주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느슨해지면서 혼술·홈술 열풍이 불었고, 이 과정에서 간접적인 술 광고(굿즈·숙취해소제 등)가 넘쳤다. 개중에 하나가 안주 광고였다.

CJ제일제당 ‘제일식당’ 광고에 등장한 소주병과 소주잔(빨간 원).(사진=광고 갈무리)
◇ 손 안대고 코 푸는 주류업계

주류 광고 규제와 안주 광고 무규제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상반된 규제는 모순이라는 시선이다. 안주(按酒)에는 음주(飮酒) 개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주 시장은 주류 시장에서 파생한 새로운 시장으로 볼 수 있다”며 “두 시장을 별개로 보면 주류 광고 제재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과한 규제를 우려하기도 한다. 맥주 판매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건어물 광고를 금지하는 꼴이라는 비유도 있다. 아울러 식품의 정의가 넓어지면 되레 국민 건강을 해하리라는 지적도 붙는다. 유통·판매 과정에서 규제가 느슨해질 수 있다고 한다.

안주HMR 업체 관계자는 “안주는 술과 함께 먹지만, 술을 안 마셔도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규제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승자는 주류회사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숙원사업에 가까운 `광고 규제 완화` 효과를 누린다는 것이다. 해당 규제를 다루는 국회 보건복지위 쪽 관계자는 “간접적으로 음주를 조장하는 광고는 규제 테두리로 포함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안주류는 현재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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