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오마이갓] 스님과 목사님이 '미스 트롯'에 빠진 까닭은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1. 1. 13. 07:00 수정 2021. 1. 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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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 시즌2 첫방송 본선 진출자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홍지윤,마리아,윤태화,김연지,김현정,나비,황승아,김태연./TV조선

지난해부터 거의 매주 금요일이면 통화하는 스님이 계십니다. 해인사 백련암 원택(77) 스님입니다. 불교에 관심이 있는 독자님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1912~1993) 스님의 제자(상좌)입니다. 성철 스님이 머무셨던 백련암을 지키며 살아계실 때 20년, 돌아가시고 거의 30년을 모시는 분입니다. 스님과 제가 거의 매주 통화하는 이유는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 때문입니다.

해인사 백련암 원택 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스님은 ‘미스 트롯1’ 때부터 열심히 시청하셨답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귀에 익은 옛 노래를 젊은 가수가 부르는 모습이 신기해 시청하기 시작해 빠지셨다는 것이지요. 본격적으로 스님과 ‘매주 통화’가 시작된 것은 작년 ‘미스터 트롯’부터였습니다. 매주 목요일 밤 경연이 끝나면 다음날 오후쯤 전날 밤 방송에 대한 감상을 서로 나누었지요. 스님과의 통화는 대부분 비슷한 레퍼토리로 진행됐습니다. 첫 인사는 “어제 ‘미스터 트롯’ 잘 봤습니다”였습니다. 그리고는 ‘영웅이가 참 부드럽게 잘 부르더라’ ‘동원이는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감성을 소화하는지’ ‘영탁은 힘찬 모습이 좋다’ 등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보통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과 똑 같은 감정이었지요. 공감이었습니다.

‘미스터 트롯’ 방송이 회를 거듭하면서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지요. 스님도 내심 응원하는 가수가 있었겠지만 저에게 따로 말씀하시지는 않더군요. 아마도 다양한 신도님들을 만나야 하는 스님의 위치가 조심스러웠겠지요. 마침내 ‘미스터 트롯’ 경연이 모두 끝나고 콘서트가 예정됐지요.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직전에 모든 콘서트가 취소됐지요. 스님도 매우 섭섭해하셨습니다.

2020년 6월 해인사 추모 음악회에서 희망가를 부르는 미스터트롯 톱6와 강태관(맨 오른쪽). /김동환 기자

그러던 중 오프라인에서는 처음으로 미스터 트롯 콘서트가 마침 해인사에서 열리게 됐지요. 지난해 6월 6일 저녁 해인사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추모음악회’에 ‘미스터 트롯 톱6’가 출연했습니다. 스님은 이 콘서트를 현장에서 직접 관람했답니다. 역시 이튿날 스님과 통화했지요. 그런데 스님의 반응이 흥미로웠습니다. 스님은 “현장에서 보니 느낌은 생생한데, 재미로 따지면 TV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TV 프로그램은 감동적인 열창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굵은 글씨 자막까지 넣어서 시청자들의 감동을 몇배 더 해주지요. 스포츠 경기 관람도 비슷하지요. 경기장보다는 집에서 TV로 보면 슬로 비디오로 계속 다시 보여주지 않습니까. 스님은 대중 법문 때에도 ‘미스터 트롯’ 이야기를 하셨답니다. “임영웅이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잘 불렀는데, 요즘은 60대는 청춘이라 잘 안 맞는다”고 말씀하시니 듣고있던 노보살님(여성 신도)들이 “스님도 그 프로를 보시느냐”며 반기더라고 했습니다. 지난 연말 ‘미스 트롯2’가 새로 시작하자 스님과 ‘매주 금요 통화’는 다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

개신교 목사님 가운데에는 소강석(59)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님이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 열성팬입니다. 소 목사님은 1988년 서울 가락동 지하상가에서 교회를 개척해 현재 출석 교인 4만여명에 이르는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분이죠. 이분은 개척 초기엔 신문사 지국 배달원을 자청해 전도지를 신문 사이에 끼워 돌리며 교인들을 찾아나섰던 것으로 유명하지요. 현재는 한국 개신교의 주요 30여개 교단이 가입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대표회장도 맡고 계시지요.

소 목사님은 원래 ‘가요 팬’입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로 시작하는 ‘님과 함께’의 가수 남진씨가 새에덴교회 장로입니다. 지난해는 코로나 사태로 열지 못했지만 매년 가정의달인 5월이면 교회 예배당에서 남진씨 등 가수들이 출연하는 효도잔치도 열곤 했지요. 또 가수 이선희씨를 너무도 좋아해서 따로 만나 식사도 하고 사인을 받을 정도로 가요 사랑이 지극합니다. 주일 예배 중에도 설교 내용과 맞는 유행가 한 소절을 직접 부르기도 합니다. 항상 ‘맨손, 맨몸, 맨땅’에서 시작했다면서 스스로를 ‘3M’이라고 부르는 소 목사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인들의 감성에 다가가는 것이지요.

새에덴교회의 2020년 5월 '보랏빛 초청 주일' 포스터. 소강석 담임목사는 임영웅이 부른 '보랏빛 엽서'에서 착안해 5월의 주제를 '보랏빛'으로 택했다. /새에덴교회

코로나 사태로 부활절 예배까지 온라인으로 드려야 했던 작년 봄. 소강석 목사님은 5월의 주일에 ‘보라빛’이란 별칭을 붙였습니다. ‘보랏빛 초청 주일’ ‘보랏빛 사랑 주일’ 등등. 소 목사님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제가 보랏빛 초청 주일을 착안하게 된 것은 최근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씨가 부른 ‘보랏빛 엽서’에서 연상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목사님의 설교가 트롯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당시 소 목사님은 고대 근동에서 보랏빛이 ‘왕의 색’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부활절에도 모이지 못한 ‘왕의 자녀’(교인)들을 초청한다는 뜻에서 ‘보랏빛 초청 주일’로 명명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성직자’와 ‘트롯’은 아직 우리 정서에서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요.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소강석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코로나로 1년 이상 고통받는 우리 사회에서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만큼 위안이 되는 것이 있을까요. 지금 한국인들에게 트롯은 큰 ‘공감의 공통분모’입니다. 목회자의 설교는 엄숙하고 정제된 언어도 중요합니다만 고통받고 위로가 필요한 교인들에겐 때로 ‘장터 설교’ ‘광대 설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설교나 교회 행사에 교인들이 친근하게 여기는 트롯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원택 스님은 어떤 생각이실까요? 스님은 “경연 프로가 많지만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이 좋은 점은 1등만 챙기지 않고 여러 명이 다 잘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승자 독식’ 때문에 온갖 문제가 벌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서로 이기려고만 하지 않고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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