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토트넘과 우승 트로피 차지할 수 있을까? [한만성의 축구멘터리]

한만성 2021. 1. 1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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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61년 만의 리그 우승 가능성은?

▲지나친 손흥민-케인 의존도는 양날의 검
▲수비력, 역습 효과도 아직 개선 여지 남았다
▲창의성 결여된 중원진, 델레 알리 부활 절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무리뉴 2년 차의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조세 무리뉴 감독이 팀을 맡은 후 두 번째 시즌에는 어김없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전통(?)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실이 그랬다. 무리뉴 감독은 약 20년간 포르투, 첼시, 인테르,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맞은 두 번째 시즌에는 꼭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심지어 그는 인테르 시절에는 두 번째 시즌에 세리에A, 코파 이탈리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차례로 우승하며 ‘트레블’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두 번째 시즌에 스페인 라 리가 독주 체제를 이어가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FC 바르셀로나를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무리뉴 감독은 2013년 첼시로 복귀한 후 두 번째 시즌인 2014/15 시즌 구단에 5년 만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안겼다.

다만, ‘무리뉴 2년 차의 과학’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깨지고 말았다. 무리뉴 감독은 2016년 맨유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 시즌 리그컵, UEFA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 청부사’라는 평가에 걸맞은 지도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이 전까지는 그동안 가장 강한 면모를 보인 두 번째 시즌에는 맨유와 프리미어 리그, FA컵 준우승으로 무관에 그쳤다.

그렇다면 무리뉴 감독이 현재 이끄는 토트넘은 그가 맨유에서 지키지 못한 ‘2년 차 과학’을 되살릴 수 있을까? 토트넘, 나아가 팀의 간판 골잡이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은 프리미어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1959/60 시즌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리그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토트넘은 불과 지난달 중순까지 프리미어 리그 선두를 달렸다. 이후 토트넘은 리버풀, 레스터 시티에 연패한 데 이어 울버햄프턴과 1-1로 비기며 단 1~2주 사이에 프리미어 리그 6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토트넘은 올해 첫 프리미어 리그 경기였던 리즈 유나이티드전을 해리 케인, 손흥민 등의 연속골에 힘입어 3-0 대승을 장식하며 다시 3위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리그 4위 토트넘은 1, 2위 리버풀과 맨유를 승점 단 4점 차로 추격 중이다.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 체제로 프리미어 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2016/17 시즌 경기당 평균 승점이 무려 2.2점에 달했다.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이 육성하거나 영입한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며 가장 빼어난 경기력을 선보인 2016/17, 2017/18 두 시즌 연속으로 경기당 평균 승점이 2점을 돌파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 승점이 2008/09(경기당 평균 승점 1.3점) 이후 최저치에 머물렀다. 기록만 놓고 판단하면, 올 시즌 역시 토트넘의 평균 승점은 1.8점으로 무리뉴 감독 부임 전 다섯 시즌과 비교해 성적이 더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토트넘의 올 시즌 승점 획득 빈도가 포체티노 감독 시절보다 떨어지더라도, 그동안 ‘2강 체제’를 구축해온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전력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즉, 레스터가 동화 같은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한 2015/16 시즌처럼 토트넘도 기존 우승후보들이 주춤하는 사이 냉큼 올 시즌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며 평균 승점이 무려 2.6점에 달했다. 그러나 리버풀의 올 시즌 평균 승점은 2점으로 눈에 띄게 하락했다. 참고로 레스터는 우승을 차지한 2015/16 시즌 평균 승점이 2.1점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 팀의 운영 방식이 불규칙한 올 시즌 전반기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우승 경쟁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과거 리그 우승이 어려웠던 팀이 올 시즌 최대한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며 경기력을 극대화한다면, 승산 있는 우승 경쟁을 펼칠 수도 있다.

# 무리뉴의 토트넘, 포체티노의 토트넘과 무엇이 다른가?

무리뉴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는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을 이끌며 선보인 축구와는 근본적으로 판이하다. 무리뉴의 토트넘이 포체티노의 토트넘보다 전력이 무조건 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팀이 예전과는 달라진 스타일로 올 시즌 선두권 경쟁에 합류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기본적인 기록인 점유율, 패스 성공률만 봐도 토트넘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이 부임하기 훨씬 전인 마틴 욜, 후안데 라모스, 해리 레드냅,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팀 셔우드 감독 시절부터 경기를 주도하며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구사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전임 감독들과 달리, 상대팀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올 시즌 48.5%에 불과한 토트넘의 평균 점유율은 프리미어 리그 20팀 중 14위다.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다섯 팀은 맨시티(60.7%, 펩 과르디올라 감독), 리버풀(60.5%, 위르겐 클롭 감독), 리즈(57.6%,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첼시(57.2%, 프랭크 램파드 감독), 사우샘프턴(53.8%, 랄프 하젠휘틀 감독)이다. 이들은 압박의 시작점을 최대한 높은 위치로 끌어올려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누르며 능동적인 축구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팀들이다.

반대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점유율이 가장 낮은 여섯 팀은 토트넘(48.5%, 무리뉴 감독), 크리스탈 팰리스(44.3%, 로이 호지슨 감독), 번리(42.9%, 션 다이시 감독), 셰필드(42.4%, 크리스 와일더 감독), 웨스트 브롬(41.8%, 최근 경질된 슬라벤 빌리치 감독), 뉴캐슬(41.3%,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다. 이 여섯 팀을 이끄는 감독들에게는 각각 최소 지난 10~20년간 잉글랜드 무대에서 선수, 혹은 감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영국식 축구’에 익숙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패스 성공률 기록만 봐도 토트넘은 ‘볼 소유’에는 큰 비중을 둔 팀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높은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 기록이 ‘좋은 축구’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이 지향하는 능동적 축구의 틀 안에서 성장한 선수가 여전히 팀 내 주축을 이룬 토트넘의 점유율이 50% 이하, 패스 성공률이 80%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의외로 여겨질 만한 기록이다. 축구장을 삼등분해 수비 진영(own third), 중원 진영(middle third), 공격 진영(final third)으로 나눠 매 경기 공이 각 진영에 머문 비율을 보여주는 평균 액션 존(action zone) 기록만 봐도,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 체제로 프리미어 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2016/17 시즌 공격 진영에 머무른 비율이 33%에 달했으나 이는 무리뉴 감독이 팀을 맡은 올 시즌 24%로 뚝 떨어졌다. 즉,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은 그만큼 무게 중심을 뒤로 뺀 축구를 지향하고 있다.

물론 무리뉴 감독이 무게 중심을 뒤로 뺀 상태로 견고한 수비를 펼친 후 빠른 속공을 통해 상대에 치명타를 안기는 축구를 구사하는 건 약 20년째 이어진 현상이다. 그러나 토트넘은 무리뉴 감독의 축구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수비력에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팀이다. 우선 토트넘은 올 시즌 현재 16경기 15실점으로 맨시티(13실점)에 이어 프리미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실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토트넘이 현재 수비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압박 강도, 위험 지역 내 패스 허용 횟수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압박 강도(PPDA, Passes Played per Defensive Action)는 팀이 수비 동작(태클 시도, 가로채기, 차단, 걷어내기 등) 1회당 상대가 평균적으로 몇 회 연속 패스를 연결했는지를 수치화한 기록이다. 즉, PPDA는 상대의 패스 플레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제어했느냐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압박 강도가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토트넘의 압박 강도는 올 시즌 현재 프리미어 리그 20팀 중 10위다.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이 팀을 이끈 2015/16 시즌 압박 강도 1위를 차지했으며 2016/17부터 2018/19 시즌까지 3년 연속으로 맨시티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무리뉴 감독 체제의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 시절과 비교해 적극적인 압박을 펼치기보다는 후방으로 물러선 채 주저앉아 페널티 지역 앞을 틀어막는 ‘버티는 수비’를 펼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토트넘의 올 시즌 태클 시도, 가로채기, 차단, 걷어내기 기록도 포체티노 감독 시절과 비교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토트넘은 자기 골대 앞 18미터 지역 안에서 상대에 허용한 패스(Deep connection) 횟수 또한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후 늘어났다.

# 토트넘의 역습 축구, 수비가 더 단단해져야 효과가 더 커진다

결국, 올 시즌 토트넘의 ‘물러서는 수비’는 예전보다 상대팀에 더 많은 슈팅을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무리뉴 감독이 지향하는 ‘속공 축구’는 상대팀이 슈팅을 하지 못하게 위험 지역을 틀어막아야 순간적으로 뒷공간을 공략하는 빠른 역습으로 완성되는 메커니즘을 골자로 한다. 토트넘에서 그의 축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뒤로 물러선 수비 블록이 상대에 슈팅 기회를 헌납하지 않고, 후방에서 볼을 따낸 후 빠르게 뒷공간으로 패스를 연결해 케인과 손흥민이 공격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올 시즌 손흥민의 12골 중 대다수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토트넘이 상대에 슈팅을 헌납하지 않고 역습을 펼치는 상황이 반복돼야 효과적으로, 그리고 꾸준하게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축구다. 만약 수비 블록이 뒤로 물러선 상태에서 상대에 슈팅마저 많이 허용한다면 역습을 펼칠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토트넘은 상대팀에 슈팅 기회를 주지 않을 때는 9.5번 역할을 맡은 케인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그의 패스를 이어받은 손흥민이 득점을 터뜨려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주고 있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와 같은 공격 패턴에 의존하는 빈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심지어 이런 방식으로 펼치는 수비가 꾸준하게 효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실제로 토트넘은 올 시즌 상대팀에 허용하는 슈팅수가 여전히 높은 편인 탓에 역습을 펼칠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상대가 많은 슈팅을 기록한다는 건, 그들이 득점 여부와 관계없이 공격 작업을 마무리한 후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토트넘의 역습 빈도를 최소화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올 시즌 토트넘과 달리, 무리뉴 감독은 지난 10년간 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에서 상대에 더 적은 슈팅 횟수를 허용했다. 경기당 평균을 기준으로 그가 2010년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끈 인테르는 10회, 2012년 라 리가 정상에 올려놓은 레알 마드리드는 10.2회, 2015년 프리미어 리그를 탈환한 첼시는 10.9회의 슈팅을 허용하며 토트넘보다 뛰어난 슈팅 저지 능력을 자랑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역습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토트넘은 수비 시 상대에 헌납하는 슈팅이 많다 보니 정작 공격으로 전환해 속공으로 상대를 공략할 충분한 기회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토트넘이 올 시즌 역습을 통해 기록한 슈팅 횟수는 경기당 평균 단 0.5회로 프리미어 리그 20팀을 통틀어 7위다. 이처럼 토트넘이 속공 상황에서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빈도는 리그 최상위급이 아니다.

토트넘은 올 시즌 케인과 손흥민의 빛나는 조합 덕분에 역습이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간헐적인 역습 상황에서 케인과 손흥민이 만들어내는 득점 장면은 훌륭했지만, 토트넘이 전반적으로 무리뉴 감독 부임 후 역습을 예전보다 더 많이, 더 잘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토트넘의 수비력이 챔피언스 리그 결승까지 오르느라 리그에서 집중력이 떨어진 2018/19 시즌, 그리고 무리뉴 감독 부임 후 적응기가 필요했던 지난 시즌보다 일정 부분 개선된 건 사실이다. 단, 올 시즌 토트넘의 수비력은 포체티노 감독이 팀을 이끌며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시절을 뛰어넘었다고 여길 정도는 아니다.

상대의 기대 득점(xG, expected goals) 기록을 살펴 보면, 토트넘은 상대에 허용하는 슈팅이 실점으로 이어질 위험이 지난 두 시즌과 비교하면 줄어들었다. 기대 실점(혹은 기대 득점)이란 슈팅이 기록되는 상황, 위치에 따라 산정하는 실점(혹은 득점) 기대치다.

# 토트넘의 공격, 미드필드 플레이메이커가 없다

어찌됐든 토트넘은 올 시즌 16경기 29득점으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골을 넣었다. 토트넘은 맨시티(24득점), 아스널(20득점)보다 많은 골을 넣었다. 그러나 올 시즌 맨시티는 세르히오 아구에로, 아스널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부상이거나 활약이 주춤하며 팀을 대표하는 골잡이의 득점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재 시점을 고려할 때, 맨시티와 아스널은 각각 아구에로와 오바메양이 경기력을 회복하면 득점력이 상승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반면 토트넘은 이미 절정의 패스 연계와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는 손흥민과 케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버티고 있다. 실제로 토트넘은 케인과 손흥민이 침묵을 지키면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토트넘의 평균 공격 방향 기록을 보면 왼쪽 측면으로 이뤄진 공격은 37%(프리미어 리그 20팀 중 15위), 오른쪽 측면으로 이뤄진 공격은 35%(프리미어 리그 12위)로 측면 공격 빈도가 낮은 수준이다. 토트넘의 경기당 평균 크로스 횟수 또한 최근 6~7년을 기준으로는 올 시즌이 최저치다. 그만큼 토트넘은 중앙 지역을 통해 공격을 풀어가는 빈도가 높다.

토트넘은 중앙 지역을 통해 이뤄진 공격 비율이 28%로 해당 부문에서 프리미어 리그 20팀 중 번리와 맨시티(이상 29%)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토트넘은 올 시즌 공격 가담 능력이 빼어난 좌우 측면 수비수 맷 도허티, 세르히오 레길론을 나란히 영입하며 측면 공격 강화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무난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토트넘이 이 둘을 영입하고도 측면 공격 빈도가 과거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는 건 의아한 결과다. 게다가 토트넘은 중앙 지역을 통해 진행하는 공격 작업이 효과적이라고 보기도 모호한 수준이다. 올 시즌 토트넘에서 최소 500분 이상을 뛴 선수 중 90분당 평균 키패스(슈팅 기회 창출)가 2회를 넘는 선수는 손흥민(2.1회)이 유일하다. 케인은 도움(11도움) 기록 만큼 키패스(1.5회)가 많지는 않다.

단, 손흥민은 중앙 지역에서 템포를 조절하며 팀 공격을 풀어주는 플레이메이커 성향이 강한 공격 자원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득점 기회를 마무리하는 능력이 더 뛰어난 선수다. 반면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에 오른 팀별 키패스 기록 선두에 오른 선수는 잭 그릴리시(애스턴 빌라, 3.7회),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유, 3.6회), 케빈 데 브라이너(맨시티, 3.4회), 제임스 매디슨(레스터, 2.6회), 하메스 로드리게스(에버턴, 2.6회), 메이슨 마운트(첼시, 2.4회) 등은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적합한 선수들이다. 토트넘을 제외한 대다수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 팀은 이와 같이 순수 플레이메이커를 최소 한 명씩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도중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잃은 토트넘은 갈수록 슈팅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무리뉴 감독이 올 시즌 주전으로 낙점한 중앙 미드필더는 무사 시소코와 탕귀 은돔벨레다. 그러나 시소코와 은돔벨레는 상대 진영을 꿰뚫는 침투 패스(progressive pass)를 공급하는 빈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시소코는 1.8회, 은돔벨레는 3.2회의 침투 패스를 기록 중(90분당 평균)이다. 토트넘은 공수 전환이 빠르고, 속공 위주의 공격으로 득점을 노린다는 점 만큼은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이끄는 레스터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팀이다. 그러나 레스터의 중원을 이끄는 유리 틸레망스와 제임스 매디슨는 올 시즌 90분당 평균 침투 패스가 각각 4.6회, 4.9회에 달한다.

또한, 선수가 직접 볼을 몰고 전진한 거리를 뜻하는 기록인 90분당 평균 침투성 볼운반 거리(progressive carry distance)를 보면 매 경기 시소코는 74.8m, 은돔벨레 101.7m를 전진했다. 반면 레스터 미드필더 틸레망스는 103.5m, 매디슨은 125.6m를 공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즉, 토트넘은 중앙 미드필드에서 공격 진영으로 전진 패스를 넣어주거나 직접 볼을 운반해줄 자원이 부족하다. 과거 중앙 지역에서 폭발적인 돌파 능력을 자랑한 시소코의 올 시즌 90분당 평균 드리블 성공 횟수는 0.7회로 크게 줄었다. 물론 토트넘은 현재 일정 수준의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꾸준한 손흥민과 케인의 득점력이 조금이라도 기복을 보이기 시작한다면, 토트넘의 공격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 손흥민과 케인이 팀 공격 계속 뚫어줄 수 있을까? 델레 알리의 부활 필요할 수도

이처럼 토트넘이 공격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선두권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손흥민과 케인이다. 실제로 토트넘이 올 시즌 만들어낸 슈팅 기회의 질은 과거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토트넘은 특히 손흥민이 난이도 높은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해준 덕분에 올 시즌 꾸준하게 승점을 수집하고 있다.

토트넘은 예전보다 더 많은, 혹은 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제한적인 득점 기회를 많은 골로 연결해준 손흥민과 케인의 활약 덕분에 프리미어 리그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손흥민은 12골, 케인은 10골을 기록 중이다. 두 선수는 팀이 뽑아낸 총 29골 중 76%를 책임졌다.

무엇보다 손흥민은 올 시즌 기대 득점이 단 5.39골에 불과하다. 이는 손흥민이 올 시즌 현재까지 약 5~6골 정도를 넣을 만한 득점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손흥민의 실제 득점은 무려 12골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대 득점과 실제 득점의 격차가 가장 큰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다.

무리뉴 감독은 최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구단에 선수 영입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즉, 그는 현재 팀이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올 시즌 후반기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토트넘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 자원 중에는 델레 알리, 가레스 베일, 지오바니 로 셀소, 에릭 라멜라, 카를로스 비니시우스 정도가 팀에 힘을 보태줄 수 있다.

이 중 무리뉴 감독의 구상에서 제외된 알리가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점은 토트넘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만한 대목이다. 물론 무리뉴 감독이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지적한 알리의 불성실한 태도, 그리고 최근 1~2년간 그의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토트넘은 현재 중원에서 창의성이 결여된 상태이며 전진성, 침투성 있는 플레이를 펼쳐줄 미드필더가 마땅치 않다. 그러므로 순수 재능이 탁월한 알리를 어떻게든 살려야 하는 것도 무리뉴 감독의 역할이 될 수 있다.

알리가 한창 수준급 활약을 펼친 시기는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다. 당시 그의 90분당 평균 침투 패스 횟수(progressive pass)는 2016/17 시즌 4.1회, 2017/18 시즌 4.7회, 2018/19 시즌 3.1회였다. 그리고 그의 침투성 볼운반 거리는 2016/17 시즌 142.4m, 2017/18 시즌 126.9m, 2018/19 시즌 111.5m로 올 시즌의 시소코와 은돔벨레보다 훨씬 빼어난 수준이었다.

게다가 알리는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출전 시간은 적었지만, 90분당 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역습 상황에서 기록한 슈팅이 1.2회로 토트넘 선수 중 단연 1위(2위는 0.6회의 베일, 참고로 손흥민은 0.1회)다. 또한, 알리는 손흥민 못지않게 2선에서 순식간으로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능력이 좋은 선수다. 현재 무리뉴의 구상에서 제외된 그가 부활한다면 61년 만에 리그 우승을 노리는 토트넘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자료=OPTA, FBref, Understat
그래픽=최태일
글=한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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