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잃어버린 2020년..올림픽 향해 다시 뛰는 태극전사들
수영 황선우, 야구 구창모는 올림픽 1년 연기를 기회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최송아 김경윤 장보인 기자 = 도쿄올림픽만 바라보며 4년을 기다린 선수들에게 2020년은 몹시 잔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2020년 1월 말부터 7월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이 제기됐고, 3월 25일 '1년 연기' 소식이 들렸다.
허탈했지만, 선수들은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다시 정해진 도쿄올림픽 개막일일 올해 7월 23일로 신체 시계를 맞추고, 도쿄를 향해 안테나를 세웠다.
코로나19가 만든 긴 터널의 끝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선수들은 희망을 품는다.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을 중단했던 진천선수촌이 지난해 11월부터 문을 열었고, 종목별로 훈련장을 섭외해 훈련 강도를 높이면서 도쿄올림픽 열기도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이렇게 선수들은 '잃어버린 1년'을 되찾고자 애쓰고 있다.
일단 '평정심'은 되찾았다.
사격 종목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는 "도쿄올림픽 연기 발표가 난 뒤 총을 내려놨다. 국내 대회 일정도 불확실했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잠시 휴식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선발전을 통과할 수 있게 실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부터 2016년 리우까지 3차례 올림픽에서 금빛 총성을 울린 베테랑 사수에게도 '코로나19 시대'는 낯설다.
그는 "사격장이 여닫기를 반복해 계획적으로 훈련하기가 어렵다. 실내 체육시설 사용이 어려워 체력 훈련은 등산 등 위주로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대회 일정이 자주 변경돼 최근에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1년 가까이 대회를 치르지 못해 실전 감각은 떨어졌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서 나 자신이 만족할만한 기록을 내고 싶다"는 목표로 다시 총을 잡았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kg급 간판 류한수(33·삼성생명)도 훈련에 열중하며 2020년을 견뎠다.
그는 "일단 도쿄올림픽이 2021년 여름에 열린다고 생각하고 훈련해왔다"며 "올림픽이 취소되더라도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곧바로 열리기 때문에 잡념을 버리고 훈련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3년과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류한수는 그레코로만형 75㎏급 간판으로 꼽히는 김현우(33·삼성생명)와 함께 레슬링 대표팀의 '쌍두마차'로 꼽힌다.
류한수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언제 열릴지 모르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대표팀에 뽑힌 뒤 두 차례 남은 도쿄올림픽 쿼터 대회(일정 미정)에서 출전권을 획득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만든 '일정 변경' 탓에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류현수는 땀으로 걱정을 녹여내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선수들도 '비대면 훈련'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도쿄올림픽에서 펜싱 금메달 후보인 남자사브르 세계랭킹 1위 오상욱(25·성남시청) 등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이 문을 닫았을 땐 각자 소속팀에서 생활하며 대표팀에서 주어지는 비대면 훈련을 소화했다.
8월부터 국내대회가 재개되며 실전 감각을 조율한 선수들은 지난달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도쿄를 향한 담금질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펜싱 외에도 '대면 훈련'이 어려운 여러 종목에서 코칭스태프가 '훈련 과제'를 내주고, 온라인 등으로 성과를 확인하는 '비대면 훈련'을 했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새로운 기회를 얻은 선수도 있다.
한국 수영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황선우(18·서울체고)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도약대로 삼았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황선우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 무대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황선우는 지난해 11월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박태환이 가지고 있던 남자 자유형 100m 한국기록을 48초25로 새로 썼다. 자유형 200m에서는 세계주니어신기록(1분45초92)을 수립했다. 두 종목에서 모두 도쿄올림픽 기준기록도 넘어섰다.
황선우는 불과 2년여 사이에 자유형 200m에서는 6초 넘게, 자유형 100m에서는 3초 이상 개인기록을 단축하는 등 무섭게 성장 중이다.
구창모(24·NC 다이노스)도 2020년 한국 야구 좌완 에이스로 부상하며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키웠다.
구창모는 2019년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발탁되고도 부상 탓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래서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는 더욱더 강하다.
NC 초대 사령탑(2012∼2018년)으로 자신을 애지중지 키운 김경문 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향한 마음도 애틋하다.
구창모는 "김경문 감독님께서 대표팀을 이끌고 계신다"며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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