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탄천 유수지에 주택공급하나..선호도 높지만 주민 반발 예상
한강변 입지 갖춰 선호도 높아..주민 반발은 '과제'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잠실·탄천 유수지 등 서울 하천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관련 연구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서울 유수지 활용 방안은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을 위한 신규 택지 발굴에 나선 정부 입장에서 유수지는 '매력적인 카드'라는 평가다. 서울 도심 내 우수한 입지에 위치한 데다, 토지 보상 등의 절차 없이 빠르게 공급할 수 있어서다.
13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SH공사는 이달 중 '하천 주변 유휴지역을 활용한 주택건설 개발가능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받는다. 지난해 6월 용역 발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서울 유수지 등 하천 부지를 대상으로 주택공급을 위한 개발 가능성과 개발 방식 등을 제시하기 위해 추진됐다.
SH공사는 이번 용역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주택공급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으로 용역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늦어지고 있지만, 이번 달 안으로는 마무리될 것"이라며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담당부서에서 관련 사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유수지는 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주택공급지로 계속 거론돼 왔다. 유수지는 한강 변에 위치하는 등 뛰어난 입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는 빈 땅으로 방치되거나 단순 주차장 등으로 쓰이면서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 도심 주택공급 방안을 모색 중인 정부에게 유수지는 대안으로 꼽힌다. 서울 내 유수지는 총 52곳에 달한다. 면적으로는 약 190만㎡(54만4500평)로 여의도(290만㎡)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이러한 유수지에 용적률을 완화해 고밀도 개발한다면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주택' 공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유수지 활용은 필요하다"며 "유수지 대부분은 자치구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토지 수용이나 보상 등 절차 없이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이후 줄곧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부담 가능한 주택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공급 방안으로 서울 역세권 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공공택지와 신규택지 지정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4 공급대책'에서 제외된 서울 유수지가 이번 대책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는 현재 도심 유휴부지 등 주택공급을 위한 가용지 확보에 나선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에선 신규택지 발굴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개발 가능한 가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각 지역의 주민 반발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잠실·탄천 유수지에와 양천구 목동 유수지 등에 행복주택 공급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에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선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SH공사는 유수지에 '콤팩트 시티'를 조성한다면 주민 반발을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콤팩트 시티는 서울 도심 내 유수지와 차고지 등 활용이 저조한 공공부지에 주택과 생활 편의시설을 복합 개발하는 사업이다. 주거와 여가, 일자리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창조한다는 취지다.
유수지 등 유휴부지에 공공주택을 짓는 대신 주민이 필요로 하는 각종 시설을 함께 조성한다면 반감을 덜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지난해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목동 유수지에 주택을 건설하려다 무산된 것은 주민 반대가 심했지만 공사비도 많이 들었던 것이 이유였다"며 "지금은 (건축공학적 발전 등) 상황이 달라져서 공사비가 상당히 절감되고,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복지 시설이 들어오기 때문에 큰 민원이 없다"고 말했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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