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두뇌' 삼성 엑시노스 vs 퀄컴 스냅드래곤..누가 이기든 삼성엔 호재

박진우 기자 2021. 1.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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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수율 문제로 갤럭시 채택률 20%까지 밀렸던 엑시노스
자체 설계 버리고 ARM 코어 채택…스냅드래곤과 대응한 성능 확보
경쟁으로 수혜 입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최종 승리자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퀄컴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신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100을 퀄컴은 스냅드래곤 888을 연달아 선보였다.

특히 엑시노스는 발열과 수율(收率·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의 비율) 문제로 삼성전자 갤럭시S20에서의 채택률이 20%로 떨어졌고, 그 자리를 스냅드래곤에 빼앗기면서 자존심이 상한 상태다. 엑시노스 2100의 성능과 전력 소모량을 스냅드래곤 888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건 이 때문이다. 두 AP는 갤럭시S21에 같은 비율로 채택될 전망이다.

갤럭시S21을 둘러싼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의 경쟁은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는 호재다. 두 AP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최신 5㎚(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세공정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엑시노스 2100. /삼성전자 제공

엑시노스 2100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칩을 하나의 칩에 담은 통합칩(SoC) 형태다. 그간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자체 설계로 만들어왔으나, 엑시노스 2100은 자체 설계를 버리고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설계를 활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에 밀린 자존심 회복을 위해 ARM 표준 코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ARM의 설계와 5㎚ 공정이 적용된 엑시노스의 CPU 성능은 이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또 ARM GPU를 채용해 그래픽 성능도 40% 향상됐다. 최근 모바일 기기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멀티태스킹 능력과 게이밍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ARM 저전력 설계 덕분에 전력 소모는 20% 줄었다. 1초에 26조번 연산이 가능하도록 인공지능(AI) 성능도 강화했다. 폴 윌리엄슨 ARM 클라이언트 사업부 부사장 겸 총괄은 "더 빠른 이동통신, 향상된 그래픽 성능과 인공지능 기술은 새로운 모바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888 역시 ARM 설계에 기반해 CPU 구성은 엑시노스 2100과 유사하다. 다만 ARM GPU를 채택한 엑시노스와 달리, 스냅드래곤은 퀄컴 아드레노 660을 채택했다. 퀄컴의 5G 모뎀칩인 X60을 탑재해 밀리미터파(mmWave) 5G 통신을 지원한다. 6세대 AI 엔진을 적용, 전문가 수준의 카메라, 음성인식, 게이밍, 연결성 등을 제공한다는 게 퀄컴 설명이다. 5㎚ 미세공정을 활용, 이전 스냅드래곤 865보다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됐고, 전기는 덜 쓴다.

업계는 설계자가 동일한 엑시노스 2100과 스냅드래곤 888의 성능이 엇비슷할 것으로 본다. 과거 삼성전자는 갤럭시에 들어가는 두 AP를 판매 지역에 따라 미국과 중국 시장은 스냅드래곤을, 한국과 유럽 등에는 엑시노스를 채용했다. 오는 14일(현지시각) 공개되는 갤럭시S21도 비슷한 채택 전략으로, 업계는 채택 비율에서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이 절반씩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P 채택 비율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 엑시노스는 2017년 이후 시장 경쟁에서 힘든 시기를 겪어왔고,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엑시노스 990은 성능·발열 문제로 갤럭시S 시리즈에서조차 점유율 하락 수모를 겪었다"며 "올해는 개선된 성능, 가격 경쟁력 등으로 시장점유율에서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스냅드래곤 888. /퀄컴 제공

앞으로 두 AP의 시장 점유율 경쟁은 갤럭시S21을 넘어 안드로이드 OS 진영 전반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화웨이를 대체하기 위한 중국 후발주자들이 엑시노스나 스냅드래곤을 경쟁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동시에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퀄컴은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엑시노스와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중국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고성능·저전력을 구현하기 위한 5㎚ 공정 칩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뿐이고, TSMC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퀄컴의 새로운 칩을 생산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0㎚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회사가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는데, TSMC는 미디어텍·AMD·애플 칩을 만들고 있어 상대적으로 생산여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라며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으나,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두 AP의 출하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삼성전자는 웃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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