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무대서 만나는 하드보일드 스릴러

장병호 입력 2021. 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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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얼음'은 '형사1' 역을 맡은 배우의 등장으로 막을 연다.

취조실로 꾸민 무대에 홀로 등장한 배우는 한참 동안 서류를 훑어보다 객석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배우는 무대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등장인물인 '소년'에게 말을 걸고 있다.

자상한 말투로 소년을 취조하던 '형사1'이 잠시 퇴장하고, 거친 말투의 '형사2'가 등장해 보이지 않는 소년과의 대화를 다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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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재공연하는 연극 '얼음'
장진 극작·연출..독특한 '2인극'
상상력 자극하는 연출 인상적
디테일한 살인 묘사 불편할 수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얼음’은 ‘형사1’ 역을 맡은 배우의 등장으로 막을 연다. 취조실로 꾸민 무대에 홀로 등장한 배우는 한참 동안 서류를 훑어보다 객석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관객을 향한 독백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배우는 무대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등장인물인 ‘소년’에게 말을 걸고 있다.

연극 ‘얼음’의 무대 장면(사진=장차, 파크컴퍼니).
자상한 말투로 소년을 취조하던 ‘형사1’이 잠시 퇴장하고, 거친 말투의 ‘형사2’가 등장해 보이지 않는 소년과의 대화를 다시 이어간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형사2’는 ‘형사1’과 달리 처음부터 소년을 강압적으로 대한다. ‘형사2’의 위압적인 태도에 소년은 당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린다. 물론 소년이 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배우의 열연에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무대 위에 소년이 있다고 믿게 된다.

‘얼음’은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진 장진이 극작과 연출을 맡아 2016년 초연한 작품이다. 2인극이지만 3인극처럼 보이는 독특한 연출로 화제가 됐다. 5년 만에 돌아온 이번 재공연도 무대 구성과 연출이 흥미롭다. 무대 위에서 두 명의 배우가 리액션 만으로 보이지 않는 인물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18세 소년이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화통화 내역과 동선 등 여러 증거들이 소년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소년은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그러나 두 형사는 소년이 범인이라는 확신을 갖고 취조에 나선다.

얼음은 눈에 보인다. 그러나 온도가 높아지면 물이 되고 공기가 돼 형체 없이 사라진다. 얼음은 곧 소년이다. 관객이 무대 위에 없는 소년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처럼 형사들 또한 소년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이유 없이 믿는다. 작품은 이 믿음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며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스릴러 영화를 보듯 ‘얼음’은 굉장히 하드보일드하다. 살인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형사들이 소년을 압박하기 위해 피해 여성에 대해 설명하는 몇몇 대사들은 관객 입장에 따라서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캐스팅도 호화롭다. 초연 멤버인 박호산, 이철민(이상 ‘형사1’ 역)을 비롯해 정웅인(‘형사1’ 역), 신성민, 이창용, 그리고 최근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대세로 떠오른 김선호(이상 ‘형사2’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객석 2칸 띄어앉기’를 적용해 공연을 진행한다. 장진 연출은 지난 7일 리허설에서 “힘든 1년을 보내며 연극을 하는 게 맞는 일인지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무대에서 많은 이들과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오는 3월 21일까지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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