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분 vs 83분..집값 차이가 '초등생 학습시간' 격차로

최원형 2021. 1.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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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교 3곳 학습 '코로나 영향' 분석 논문
주택 시세 차이에 따라 학습시간 격차
게임 시간은 반대로 저가주택 쪽 늘어
7일 오전 제주중앙초등학교 앞에서 한 어린이가 등교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게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으로 등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가운데, 사회경제적 배경이 취약한 초등학생일수록 학습시간이 더 많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격수업 실시로 교육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교육계 안팎의 우려가 구체적 정황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12일 학술지 <공간과 사회> 최신호에 게재된 ‘코로나19 이후 거주환경의 차이가 초등학생의 학습, 게임, 놀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논문을 보면,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 학생일수록 원격수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7~8월 경기도 부천시의 초등학교 3곳에 다니는 3~6학년생 4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분석된 결과다. 논문은 학교 통학구역의 주거지 상태와 주택 시세 등을 통해, 신도시 아파트 단지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ㄱ초등학교와 30년 된 아파트 단지 학생들이 많은 ㄴ초등학교, 30년 이상 된 단독주택·빌라 학생들이 다니는 ㄷ초등학교의 순서대로 학부모의 부가 높다고 유추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ㄱ초 학생들은 원격수업에 들이는 시간이 하루 평균 155분이었으나, ㄴ초는 127분, ㄷ초는 83분이었다. ㄱ초와 ㄷ초의 차이는 2배 가까이 났다. 시간대별로 봐도, ㄱ초에서는 2~3시간 사이라는 응답이 많은 반면 ㄷ초에선 1시간 이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다. 논문은 원격수업이 대체로 영상 시청, 과제 제시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지적하며,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 학생일수록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필요한 온라인 수업에 더 집중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전반적인 학습시간도 주거환경에 따라 차이가 났다. 코로나19 이후 학습시간 변화에 대해, ㄱ초에서는 절반이 넘는 52.4%가 학습시간이 “늘었다”고 했지만 ㄴ초에서는 같은 비율의 학생들이 “줄었다”고 했다. ㄷ초에서는 무려 72.9%의 학생들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반면 하루 동안 게임(스마트폰·인터넷 등)에 쓰는 평균 시간은 각각 ㄱ초 78분, ㄴ초 105분, ㄷ초 110분으로, 학습과는 정확히 반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ㄷ초에서는 게임에 하루 4시간 이상을 쓴다는 비율이 23.6%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로 격차가 더 벌어지기도 했다. ㄱ초 학생들은 코로나19 이후 평균 게임시간이 14분 늘어났다고 했는데, ㄷ초 학생들은 그 갑절인 26분 늘어났다고 했다. 특히 ㄱ초에서는 게임시간이 30분 늘었다는 응답이 25%로 가장 많았지만, ㄷ초에서는 2시간 이상 늘었다는 응답이 19.4%로 가장 많았다. 논문은 “게임시간 증가는 특히 저소득층 주거지역 학생들의 성취도와 생활에 더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을 작성한 공간사회학자 이시효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린이가 경험하는 코로나19는 어른들 생각보다 훨씬 가혹한데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까지 확인되고 있다. 방역의 성공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을 위한 전사회적인 교육과 돌봄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 안에 혼자 머무르는 시간이 늘고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등 코로나19에 따라 3곳 학교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들도 발견됐다. 낮 시간에 성인 보호자 없이 집에 머문다는 비중이 전체의 32.3%였고, 이 가운데 혼자 있다는 대답도 12.8%에 이르렀다. 학교별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ㄷ초의 경우 조부모와 함께 있다는 응답이 다른 두 학교에 견줘 유독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친구와 노는 시간이 줄었다는 응답은 전체의 74.4%에 달했다. 인터뷰에서도 “학교에 가도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거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안 된다”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아 우울하다” “친구들과 웬만하면 밖에 나가 노는데 어른들이 못 나가게 한다” 등 외부 활동 제한에 따른 우울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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