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향해 줄 선 뮤지컬들, 올핸 해피엔딩 꿈꿉니다

남지은 2021. 1.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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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강화로 사실상 셧다운 상태
확진자 감소 희망하며 공연 준비
'비틀쥬스' '검은 사제들' 등
대형 라이선스·창작 초연작에
'맨 오브 라만차' 등 검증된 명작도
중극장 대표작들도 다시 시동
라이선스 초연작 ‘비틀쥬스’(6월, 사진)와 ‘하데스 타운’(8월) 등과 창작 초연작 ‘검은 사제들’(2월) 등 2021년 대형 작품들이 많다. 씨제이이엔엠 제공

코로나에 잠식당한 2020년, 공연계의 피해는 막심했다. 뮤지컬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파크가 집계한 연간 뮤지컬 티켓 매출은 2019년 2173억원에서 2020년 약 770억원(추정)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공연을 할수록 적자인 상황에 조기 폐막과 중단, 연기가 잇따랐다. 대형 뮤지컬 한 편의 제작비는 약 30억~150억원. 대극장 기준으로 유료 좌석점유율이 60~70%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5월 예매 취소율은 65.9%에 달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뮤지컬 제작사 10곳이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를 출범시키고 “사실상 지금 우리는 셧다운 상태다.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른) 좌석 두칸 띄어 앉기 조처는 뮤지컬 진행이 불가능한 희망 고문”이라며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새해가 됐지만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전체 좌석의 30% 정도만 판매할 수 있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작품을 올리지 않는 게 망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업계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확진자도 줄고 백신도 맞을 테니 봄부턴 나아지지 않을까요?” “공연장에서 전염된 사람은 없잖아요. 관람객들이 철저히 방역 규칙을 지킨다는 것에 희망을 가져요.”

2021년 예정된 작품에서도 ‘어쩌면 해피엔딩’을 바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읽힌다. 대형 라이선스 초연작, 창작 초연작, 검증된 명작 등이 잇따라 관객을 찾아온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개막이 연기된 ‘그레이트 코멧’도 상반기 초연한다. 쇼노트 제공

씨제이이엔엠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주최하는 <비틀쥬스>(6~8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인다. 2019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2019년 ‘토니 어워즈’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988년 팀 버턴 감독의 영화가 원작이다. 기상천외하고 발칙한 무대적 상상력이 눈길을 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뮤지컬 <킹콩> <물랑루즈> <라이온 킹> 등을 작업한 스태프가 힘을 모았다.

상반기에 선보일 <그레이트 코멧>은 홍광호, 케이윌, 정은지, 이해나, 이충주, 박강현, 고은성 등 지난해 9월 예정됐던 캐스팅이 그대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제작사 쇼노트 쪽은 “배우들이 지난해 너무 열심히 연습한 상태여서 다들 하고 싶어 한다. 상반기 스케줄을 맞추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레이트 코멧>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중 일부를 기반으로 연출가 레이철 채브킨과 미국의 작곡가 겸 극작가 데이브 멀로이가 손잡고 만든 성스루(노래로만 이뤄진) 뮤지컬이다. 팝, 클래식, 록, 힙합 등 27곡의 넘버(노래)로 이뤄진다. 2012년 처음 만들어졌고, 2016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였다. 2017년 ‘토니 어워드’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초연은 김동연 연출가와 김문정 음악감독이 손잡는다.

지난해 라이선스 공연이 최종 결정된 <하데스 타운>도 올해 8월 엘지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모티브로 지하 세계로 향하는 젊은 커플의 여정을 그린다. 2019년 토니상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뮤지컬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했다. 레이철 채브킨은 현재 브로드웨이의 유일한 여성 뮤지컬 연출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검은 사제들>(2~5월 유니플렉스)은 유일한 국내 창작 초연작이다

흥행이 검증된 명작들도 뮤지컬 열기를 다시 달아오르게 한다. 사진은 옥주현 출연으로 관심 끄는 ‘위키드’. 클립서비스 제공

흥행이 검증된 작품도 2021년 대거 무대에 오른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올해 작품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공연이 결정된 작품이 많다. 공교롭게도 이미 검증이 끝난 대작이 많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공연계의 희망작이 됐다”고 말했다. 최대 기대작은 조승우, 홍광호, 류정한 등 뮤지컬계 ‘톱스타’가 다 모인 <맨 오브 라만차>(샤롯데씨어터)다. 애초 12월에 개막하려 했지만 2.5단계 때문에 1월19일로 미뤘다. 업계는 세 스타가 한 배역을 번갈아 맡는 만큼 모든 회차에서 티켓 전쟁이 벌어지며 공연계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옥주현이 전면에 나선 <위키드>(2월16일~5월1일 블루스퀘어)도 2016년 재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온다. ‘엘파바’로 2013년 한국어 초연을 이끌었던 옥주현은 복합적인 역할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 호평받았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단 한번의 암전도 없이 54번이나 장면을 전환한다. 화려한 무대와 아름다운 의상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5년 초연 때 45만명을 동원한 <팬텀>도 3월17일부터 6월27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2018년 국내 초연 당시 전 좌석 매진 돌풍을 일으키며 관객의 찬사를 받았던 <베르나르다 알바>(1월22일~3월14일 정동극장)도 기대감을 높인다. 오리지널 내한 공연 <캣츠>도 1월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이 외에도 <시카고> <빌리 엘리어트> <레베카> <스프링 어웨이크> 등도 대기 중이다.

조승우, 홍광호, 류정한 출연으로 기대 모으는 ‘맨 오브 라만차’. 오디컴퍼니 제공

중극장 대표 주자들도 다시 한번 열풍에 시동을 건다. 지난 9월 코로나19 속에서도 세번째 시즌을 잘 마무리했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야기의 힘과 작품성으로 국내 창작 뮤지컬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6~9월 예스24스테이지에서 다시 선보인다. 가까운 미래,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들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배우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창작의 힘을 보여준 또 한편의 작품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지난 5일 예술의전당 씨제이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라 유동적이란 걸 염두에 두고 라인업을 구성했다. 조심스러워 아직 라인업을 발표하지 않은 곳도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내년”이라며 “작년 한해 좋은 작품을 선별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올해 각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내년, 내후년까지의 분위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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