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산재' 승인 갈수록 늦어져..수입 줄어 '노동자 이중고'

박준용 2021. 1.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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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해온 ㄱ(48)씨는 2019년 10월 작업을 하다가 오른팔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충북 충주의 한 자동차 휠 제조공장에서 주조 업무를 담당하는 ㄷ(46)씨는 2019년 11월 오른쪽 팔꿈치 근육이 파열돼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을 했는데, 병가와 연차휴가를 합쳐 한달 남짓밖에 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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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신청도 처리기간도 4년새 1.6배
노동자 무급휴직·병가 몰려 생활고
승인 미뤄지는새 부당해고 겪기도
"절차 간소화하고 인력 늘려야"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울산의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해온 ㄱ(48)씨는 2019년 10월 작업을 하다가 오른팔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병원에 갔더니 오른쪽 어깨 근육이 파열됐다고 했다. 이전 20년 동안 그는 5㎏ 남짓한 그라인더를 드는 업무를 반복했다. 수술 직후 이 병이 직업성 질병이라고 생각해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승인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ㄱ씨가 병가를 내려고 하자 회사는 “산재 승인 때까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무급휴직을 하면서 치료를 받았고, 회사는 이듬해 3월 ㄱ씨를 퇴사 처리했다. 사실상 부당해고였는데, 산재는 신청 이후 아홉달, 해고 이후 넉달이나 지난 지난해 7월에야 승인이 떨어졌다.

근로복지공단의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부터 승인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지난 4년 새 1.6배 이상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이 이 기간 실직이나 생활고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근골격계질환 평균 산재 처리 기간은 2016년 76.5일이었다가 2017년 84.3일, 2018년 108.7일, 2019년 136.5일로 계속 늘었고, 지난해에는 통계가 확보된 10월까지 120.5일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4년 새 최소 1.6배나 늘어난 셈이다. 산재 처리 기간이 늘어난 건 최근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 건수가 늘어난 영향 때문이다.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 건수는 2016년 5244건에서 지난해 10월까지 8273건으로, 역시 최소 1.6배 늘었다.

팔·허리·무릎·어깨 등에서 나타나는 근골격계질환은 무거운 장비를 들고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산재 처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당수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을 요구하거나 병가를 부여해도 급여의 40~50%만 지급하고 있다. 역시 현대중공업의 한 하청업체에서 용접공으로 일한 ㄴ씨는 “회사의 요구로 무급휴직을 해야 했고 산재 승인 때까지 생활비와 수술비가 부족해 1500만원을 대출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장기 병가가 어려운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에 복귀하기도 한다. 충북 충주의 한 자동차 휠 제조공장에서 주조 업무를 담당하는 ㄷ(46)씨는 2019년 11월 오른쪽 팔꿈치 근육이 파열돼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을 했는데, 병가와 연차휴가를 합쳐 한달 남짓밖에 쉬지 못했다. 병가를 이어가면 고용을 확신할 수 없었고, 병가 때 수당도 월급의 40~50%에 불과했다. 산재 승인은 넉달이 지난 이듬해 3월에야 이뤄졌다. ㄷ씨는 그때까지 아픈 오른팔 대신 왼팔로만 작업했다.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면, 현장조사와 산재보험 가입자 의견 청취,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병판정위)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이 절차가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오자 고용노동부는 일부 업무 관련성이 높은 사례는 질병판정위 심의를 거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절차 간소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한국은 외국보다 산재 조사와 심사 절차들이 복잡하다”며 “특정 업종이나 근무 기관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업무 관련성을 인정해 산재를 빠르게 처리하고, 질병판정위 인력을 늘리는 등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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