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진단절차 확 줄인 AI의료, 환자와 소통시간 늘린다

신찬옥 2021. 1. 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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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찬 경북대 의대 교수
AI의사 '닥터앤서' 프로젝트
MRI 스크리닝 등 진료보조
인공지능(AI)은 의료 현장을 어떻게 바꿀까. 세계는 고령화로 눈덩이처럼 급증할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맞춤 치료와 예방에 중점을 둔 '정밀의학'을 추구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AI를 활용해 의료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그중 하나다. 한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정보기술(IT) 기업과 병원이 파트너십을 맺고,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해 AI에 학습시키는 등 소프트웨어(SW)를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른바 토종 AI 의사를 표방한 '닥터앤서' 프로젝트다.

닥터앤서 사업에서 뇌혈관 질환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박재찬 경북대 교수는 AI가 진료보조 도구로서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있다고 하자. 아주 심하면 단기간에 수술하거나 치료를 하는데, 이런 환자는 10% 정도다. 나머지 90%는 평생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면서 "1년에 한 번 자기공명영상(MRI)을 찍는데 이게 10장만 쌓여도 의사가 한 번에 보고 진료하기가 쉽지 않다. 이걸 AI가 1차로 스크리닝을 해주면 훨씬 시간이 단축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종합병원에서 외래 환자를 보는 시간은 3~5분에 불과한데, MRI 들여다볼 시간에 환자와 소통하는 데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대병원은 다른 병원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개발사 제이엘케이인스펙션과 뇌동맥류를 진단하고 정량적으로 분석한 뒤 추적 관찰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르면 이달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국내 병원 중 드물게 자체적으로 의료인공지능개발센터를 운영 중이다. 정성문 경북대 의대 교수 등 의료 엔지니어 7명과 연구간호사 2명 등 전문인력 10명도 확보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는 "의사가 SW를 쓰려면 임상현장에서 쓰는 시스템에 들어와야 한다. 전자의무기록(EMR)이라든가 팍스(사진보관 시스템) 등에 AI SW를 연계하는 알고리즘은 우리 병원이 직접 개발했다"면서 "AI는 병렬적으로 작동 가능하니까 다양한 기능의 AI를 접목시키면 효용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다양한 AI가 개발되고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하면서 고도화되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박 교수는 예상했다. 그는 "의료는 매우 많은 과정이 모여서 환자를 치료하는 분야다. 전체가 1000개의 퍼즐이라면, 지금은 AI가 몇 개밖에 없어서 파급력이 아직 작다. 그러나 꾸준히 개발돼 전체 퍼즐이 완성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 AI SW를 개발할 때 의사들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다른 의료기기와 달리 첫 구상과 데이터 학습 때부터 의료현장의 검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현장 요구(Unmet needs)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 뭐가 필요한지 제시할 수 있는 사람,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만들어주는 사람도 모두 의사"라며 "어떻게 AI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방향을 설정한 뒤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안하고, 마지막에 SW가 잘 만들어졌는지 검증하는 임상시험도 의사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허가를 받은 AI 의료 SW가 드물기 때문에 세계 최고 실력을 인정받는 한국에서 활용되는 것은 향후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 교수는 "3년이 걸려 1차로 인허가를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 인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다양한 기능을 첨부하고 데이터를 계속 학습시켜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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