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트럼프 계정 정지, 메르켈도 나발니도 강력 비판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1. 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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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제약을 개별 회사가 임의로 하면 안된다"
2017년 3월 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만났을 때 모습./AFP 연합뉴스

트위터가 미국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추가적인 폭력 선동의 위험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한 데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정 소셜 미디어 기업이 자의적 판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그동안 줄곧 트럼프와 냉랭한 관계였던 메르켈이 트럼프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11일(현지 시각)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는 제한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입법기관이 만든 법적인 제도에 따라야지 특정 회사의 조치에 따른 것이어선 안 된다”며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영구 정지된 것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이베르트는 또 “메르켈 총리는 온라인상 선동을 제한할 때 미국 정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자체적인 규칙을 적용하도록 내버려 둘 게 아니라 이를 법률로 제한한 독일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독일은 2018년 온라인의 증오 발언을 소셜 미디어 기업이 24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유로(약 670억원)의 벌금을 매기는 법률을 만들었다.

앞서 지난 8일 트위터는 추가적인 폭력을 선동할 우려가 있다며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이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냅챗 등 다른 소셜미디어도 트럼프의 계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온라인상 불법 콘텐츠를 규제할 때 미국은 소셜 미디어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유럽은 법적인 제재 장치를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다”며 “메르켈이 트위터의 결정을 날카롭게 비판했다”고 했다.

메르켈은 트럼프와 줄곧 껄끄러운 사이였다. 트럼프가 독일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비난하고 주독 미군의 철수를 결정해버려 불편한 관계였다. 하지만 메르켈은 트위터의 트럼프 계정 영구 정지 조치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메르켈 외에도 유럽에선 트위터의 조치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디지털 규제를 디지털 재벌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했고,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전 검열”이라고 했다. 나발니는 “우리가 모르는 절차에 따라 우리가 모르는 이들의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이 반영돼 결정된 것”이라며 “러시아에서도 특정인의 소셜 미디어를 차단하면서 ‘미국은 대통령한테도 했던 조치’라고 해버릴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 진행자인 블라미디르 솔로비에프도 “미국 헌법은 트위터란 회사의 내부 문건보다 못하다는 말인가”라며 “이건 트럼프 개인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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