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빠' 압박에 與 의원들 서약서까지 제출, 정권의 실상

입력 2021. 1. 13. 03:26 수정 2021. 1. 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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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8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전북 전주 전북대학교 앞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쌓여 유세를 하고있다. /이덕훈 기자

극렬 친문(親文) 단체가 최근 범여권 의원들을 상대로 ‘검찰 수사권 폐지’ 서약서를 받았다. 놀랍게도 더불어민주당 황운하·김용민·김남국·장경태·이수진 의원 등 10명 안팎이 실제 서약서를 냈다. 올 상반기 중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전국에서 검사 2000여 명이 수사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 갑자기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 이유도 검찰이 정권 불법 행위를 수사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마땅히 할 일을 한다고 수사권을 없애라고 한다. 이 억지 요구에 서약서를 써낸 의원이 10명 안팎이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친문 단체는 서약서를 안 낸 의원들에겐 문자 폭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문빠’라는 문재인 팬덤 집단이 여당 의원들에게 이런 식으로 갑질하며 쥐락펴락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문빠는 2017년 대선에서 경쟁 후보들에게 막말과 문자 폭탄을 퍼부으며 등장했다. 파렴치한 조국 전 장관 일가를 구하겠다며 매주 검찰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개싸움국민운동본부도 만들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탄핵하라’면서 ‘#우리가 추미애’라고 외쳤다. 추미애 장관을 비판한 여당 의원에겐 문자 폭탄을 내렸고, 공수처 반대 의원에겐 “당을 나가라”고 했다.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는 국회의장에겐 ‘사쿠라(어용)’라며 ’후원금 18원'을 보냈다. 총선 땐 여당 공천위원장에게 수천 통의 문자 폭탄을 보내 “친문 인사를 공천하라”고 압박했다. 추경에 반대한 여성 의원에겐 ‘X덩어리’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을 꺼낸 이낙연 대표에겐 “탄핵하겠다”고 협박했다.

“경기가 거지 같다”고 한 시장 가게 주인은 전화번호가 털리고 마녀사냥을 당했다. 순방 취재 간 기자들이 중국 공안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자 “맞아도 싸다”고 했다.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당직 사병은 문빠의 공격에 “정신과 치료를 받을 지경”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진보 진영 원로들까지 “문빠가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라고 하겠나. 서약 의원들은 이날 SNS에 공개한 서약서를 뒤늦게 내렸지만, 여당 내에서도 “심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문빠를 이용했다. 문빠의 극렬 행태를 ‘양념’이라고 비호했다. 이낙연 대표도 “당의 에너지원”이라고 감쌌다. 이후 문빠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권력의 홍위병이 됐다. 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이후에도 문빠들의 극렬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층)는 노 전 대통령이 내세운 노선과 정책에 대한 열광이었다. 그런데 문빠는 한 개인에 대한 무조건적 숭배와 상대에 대한 분노와 공격으로 변질됐다. 맹목적 팬덤 정치의 폐해를 지금 미국 트럼프 지지자들에게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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