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동학개미’가 만드는 기록들
어딜 가나 주식 얘기다.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검색어 1·2위에 주식·삼성전자가 올라온다. 증권사 객장 가서 주식 계좌를 만들려면 20~30번대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 11일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내자 개미들이 폭풍 매수에 나서 지수 급락을 막았다. 하루 거래 대금(64조원), 기관 순매도(3.7조원), 개인 순매수(4.5조원)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치열한 매매 공방 탓에 하루 지수 변동 폭(170.04포인트)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증시 조정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가 지수 3000선을 돌파한 지난 8일 지수 하락폭의 2배 수익을 얻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개인 순매수 종목 2위(1176억원)를 차지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하락에 배팅할 수 있는 상품이라 돈이 몰린 것이다. 12일에도 개인들이 2조원 이상 순매수했지만 코스피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숨을 고르는 양상이다.
▶'현재 세계 증시가 버블이냐'는 데는 고수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 제러미 그랜섬은 “지금 증시에 낀 거품은 역사에 남을 붕괴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면 자산 버블 분석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로버트 실러 교수는 “현재 주가가 투자를 자제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증권사들은 플랫폼 등 무형 자산 가치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업 평가 척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주가꿈비율’(price to dream ratio) 같은 새 지표를 제시하기도 한다.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우량주를 집중 매수하는 ‘똑똑한 개미’가 주도하는 장이라 2000년 IT 버블 때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른 양상도 보여준다. 김준경 전 KDI 원장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 85개와 초우량 기업 85개 군을 나눠 작년 3월 이후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똑같이 20%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옥석 구분 없이 올랐다는 얘기다.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부실 기업 주식에 투자했다 망한 뒤 “천체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 광기는 계산할 수가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 자본시장연구원장 출신 서울대 안동현 교수는 “근로 소득으로 집을 산다는 꿈이 날아가 버리니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주식과 비트코인만 남았다. 집을 사기 위해 어디선가 자본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동학개미운동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동학개미들이 만드는 기록들이 대단하기도 하고 위태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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