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맞는 원두 찾으면 코로나 집콕족도 바리스타"

최연진 기자 2021. 1. 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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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커피 감별사 서필훈씨, 좋은 생두 찾기 위한 분투기 펴내

“분쇄한 커피를 사다가 내려 마시면 향이 금방 날아가서 맥 빠진 커피가 돼 버려요. 초기엔 비용이 좀 들어도 ‘원두 그라인더’를 사는 걸 ‘홈 바리스타’님들께 추천합니다.”

국내 1호 큐그레이더(커피 감별사)인 서필훈(45)씨가 귀띔해준 ‘홈 카페’ 비법이다. 12일 서울 연남동 커피리브레 본사에서 만난 그는 2분 만에 커피 두 잔을 뚝딱 내렸다. “어렵고 귀찮게 할 필요 없어요. 신선한 원두만 있으면 물을 ‘콸콸' 부어도 충분히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맛볼 수 있죠.”

12일 서울 연남동에서 만난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는“가장 맛있는 커피는‘맛도 향도 본인 취향에 딱 맞는 신선한 원두로 힘들이지 않고 슥슥 내려낸 커피’”라고 했다. /이태경 기자

그는 최상급 품질의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국내에 전파하는 커피 전문가다. 고려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쿠바 페미니즘을 공부하다가 16년 전 학교 앞 카페에서 맛본 ‘커피 한 잔’에 진로를 바꿨다. “매일 마시던 커핀데, 그날은 달랐어요. ‘아, 커피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죠.”

인생을 뒤바꿔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 10년 전부턴 남미와 아프리카,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원두를 직접 들여와 국내 카페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카페만 서울에 네 곳, 중국 상하이와 저 멀리 과테말라에 각각 한 곳씩 있다. 업계에선 그의 가게가 ‘커피집 사장들의 커피집’으로 불린다.

세계 각지의 커피 농장을 다니며 질 좋은 생두를 발굴하고, 각종 커피 박람회를 누비느라 1년에 100일 이상 해외에 나가 있었다. 10년 넘게 맛있는 커피를 찾아 헤매며 겪은 우여곡절은 신간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문학동네)에 꾹꾹 눌러담았다. 수해를 입은 엘살바도르 농장의 커피를 오히려 비싼 값에 사들여 농장주의 재기를 도운 이야기, 온두라스에서 기본 도구도 없이 커피 열매를 팔던 사람들을 교육해 결국 질 좋은 원두를 얻게 된 사연 등이 넘실댄다.

코로나는 그와 같은 ‘커피 일’ 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180도 바꿔놓았다. 남미에 가서 마음에 드는 원두를 골라오는 일은 이제 불가능하다. 하는 수 없이 기존 거래처를 믿고 원두를 주문했는데, 이번엔 선원 하나가 부산항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배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갔다고 한다. “카페는 우리에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이었어요. 커피를 물처럼 마신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이제 그런 일상으론 돌아갈 수 없죠.” 운영하는 카페들 수입도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다른 카페 사장들도 ‘임계점’에 달한 것 같다”며 한숨 쉬었다.

그래도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위해 커피 용품과 원두를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희망적이다.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느긋하게 커피를 즐기긴 쉽지 않지만, 대신 집에서 카페만큼 맛있는 커피를 한 잔 하려는 사람은 많죠.”

‘집콕족(코로나를 피해 집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커피 마시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니 “내 취향이 가장 중요하다. 좋아하는 향과 맛을 찾으면 그 다음은 간단하다”며 ‘모카포트(Moka pot)’를 추천했다. 곱게 간 원두와 물을 포트에 채운 뒤 불 위에서 팔팔 끓이면 수증기가 원두를 통과하면서 에스프레소 원액이 추출되는 방식이다. 다소 거칠지만 고전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 그에게 가장 맛있는 커피는 무엇일까. “남이 내려주는 커피요.” 망설임 없이 답하며 그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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