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꿈꾸는 흑인 주인공.. 의사 가운 벗어던진 저와 비슷하죠"

김성현 기자 2021. 1. 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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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의 애니메이터 김재형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 '소울'에 참여한 애니메이터 김재형씨.

20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소울(Soul)’은 미 애니메이션 명가(名家) 픽사에서 처음으로 흑인 주인공을 등장시킨 작품이다. 뉴욕 최고 재즈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소망인 중학교 밴드 교사 조 가드너(목소리 출연 제이미 폭스)가 주인공. 흑인 주인공 탄생의 산파(産婆) 역할을 맡은 픽사의 애니메이터는 연세대 의대 출신 김재형(48)씨다. 졸업 후 레지던트 과정을 밟다가 서른이던 2003년 도미해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전공을 바꾼 뒤 픽사에 들어갔다.

교사이지만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조의 모습은 의사 가운을 입었다가 뒤늦게 진로를 바꾼 그와도 닮은 구석이 있다. 김씨는 12일 영상 인터뷰에서 “성적이 좋았고 주변의 기대에 따라 의대에 갔지만, 일하면서 점점 열의가 줄어들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면서 “한참 고민한 끝에 ‘즐거워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결국 병원을 나온 뒤 예전에 취미로 휴학까지 하면서 공부했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시작했다.

“부모님 반대가 심했죠. 한동안 서로 대화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아내가 저 대신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했어요.” 그는 “지금은 부모님도 진심으로 이해하고 기뻐하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난처한 순간은 생긴다. 의대 동문들에게서 병원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다. “의대를 잘 다니고 계신 분들께 ‘병원 밖에도 기회가 많으니 과감하게 나가세요’라고 권할 수도 없고. 의대 공부나 일도 힘들겠지만 그 속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말씀드리죠.”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소울'.

김씨는 2006년 픽사 스튜디오에 들어간 뒤 ‘라따뚜이’ ‘토이스토리 3·4′ ‘인사이드 아웃’ 같은 히트작에 참여했다. 이번 ‘소울’에서는 주인공 조의 성격과 행동을 표현하는 ‘캐릭터 애니메이터’ 를 맡았다. 3년 반이 걸린 ‘소울’에 투입된 캐릭터 애니메이터만 100명. 다른 부서까지 포함하면 전체 500명에 이른다. 그는 “흑인들 음악인 재즈를 표현하기 위해서 재즈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피아노 연주 동작은 별도의 테스트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준비했다”고 했다. 픽사의 첫 흑인 감독인 켐프 파워스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그는 “최근 픽사에서도 천편일률적인 백인 중심에서 벗어나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을 강조한다”면서 “아직 갈 길은 멀겠지만 노력한 성과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울’을 한마디로 평해달라는 말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영혼(soul)의 힐링을 위한 음식(food)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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