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따고나서야 들었다 "아버지 돌아가셨어"

김상윤 기자 입력 2021. 1.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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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만에 열린 유도 국제대회
김원진, 대회 전날 아버지 사망.. 시상식 후 소식 듣고 눈물 펑펑

11개월 만의 국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로 떠난 한국 유도 대표팀에 대회 시작 전날인 10일 갑작스러운 비보가 닥쳤다. 남자 60㎏급에 출전하는 김원진(29·안산시청)의 아버지 김기형(55)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이었다.

유도계 관계자는 “평소 건강하던 분이라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강원도 철원 토박이인 김씨는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아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고 한다. 김씨는 전자 제품 대리점 수리 기사 등으로 일했고 최근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일했다.

김원진 안바울

하지만 유족은 “김원진이 경기에만 전념하도록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동료 선수에게도 소식이 알려지지 않도록 코치진이 적당한 핑계를 대며 출전 선수들의 휴대전화를 잠시 걷었다”고 했다.

김원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 예정대로 국제유도연맹(IJF) 도하 월드 마스터스에 나서 12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회전부터 결승까지 4경기 연속 한판승을 거뒀는데, 결승에선 메치기를 시도하는 양융웨이(대만)의 발을 건 뒤 그대로 매트에 꽂아 누우면서 던지기 한판을 따냈다.

김원진은 기술을 건 직후 한판승을 직감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곧이어 금메달을 들고 시상대에 서서 활짝 웃었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금호연 감독에게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은 그는 목메어 울었다.

현지 호텔에서 출국을 준비하던 김원진은 본지 통화에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도무지 믿기지 않고 눈물만 흘렀다”며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기쁨을 아버지와 함께 누리지 못하게 돼 가슴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곧 “마음을 추스르고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 아버님 영전에 올림픽 메달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는 다른 선수보다 하루 앞선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도하 마스터스는 대표팀이 작년 2월 독일 뒤셀도르프 그랜드슬램 이후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 대회다.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 포인트가 걸린 대회이기도 하다. 출전권을 얻으려면 올해 6월 말 기준 체급별 세계 랭킹 18위 안에 들어야 한다. 현재 12위인 김원진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순위가 오를 전망이다.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안바울(27·남양주시청)은 12일 남자 66㎏급 결승에서 이스라엘의 바루크 슈마일로프를 연장전 끝에 업어치기 절반승으로 꺾었다. 두 선수는 경기 초반 지도를 주고받았으나 4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안바울은 연장전 2분 21초에 슈마일로프의 도복을 잡고 왼쪽 어깨로 들어 올리는 벼락 같은 업어치기 공격으로 절반을 얻어 승부를 결정했다.

안바울(흰색 도복)이 12일 도하 마스터스 남자 66kg급 결승 연장전에서 이스라엘의 바루크 슈마일로프에게 업어치기를 시도해 절반을 따내는 모습. 안바울은 이 공격으로 경기를 끝냈다. /국제유도연맹

안바울은 작년 2월 파리 그랜드슬램 금메달에 이어 연속으로 국제 대회 1위에 올랐다. 같은 체급의 김임환(29·한국마사회)은 2회전에서 한판패를 당했다. 그는 2019년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땄으나 파리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안바울에게 졌다. 현재 김임환이 세계 랭킹 9위, 안바울이 13위인데 이번 대회 결과로 순위가 뒤집힐 것으로 보인다. 둘 다 18위 안에 들면 국내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확한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69국 399명이 참가한 이번 마스터스는 이른바 ‘버블’에서 치른다. 선수단은 입국 전후로 코로나 검사를 총 3번 받았고, 호텔과 경기장 외 시설을 방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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