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줄로 이어진 우리사회는 공정한가?

김기윤 기자 입력 2021. 1. 13. 03:04 수정 2021. 1. 1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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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연극 연출가나 학자의 입에서 나올 법한 질문이다.

그런데 김남진 안무가(53·사진)는 무용수들의 거친 몸짓으로도 이 무거운 주제를 건드리기로 했다.

연극인 듯 무용인 듯 작품 안에선 이따금씩 무용수들이 대사도 뱉는다.

늦은 나이에 경상대에 입학해 무용을 시작한 그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 등을 거치며 10여 년간 무용수, 안무가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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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안무가의 신작 'LINE·줄'
15, 16일 서울 일민미술관서 공연
학연-지연 등으로 연결된 사회
거친 몸짓으로 공정한지 되물어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11일 진행한 ‘LINE·줄’의 리허설 장면. 가운데 무용수 한 명이 주변 사람들의 ‘라인’에 얽혀 몸부림치는 모습을 표현했다. 댄스씨어터 창 제공
“지금 한국 사회는 정말 공정한가요?”

흡사 연극 연출가나 학자의 입에서 나올 법한 질문이다. 그런데 김남진 안무가(53·사진)는 무용수들의 거친 몸짓으로도 이 무거운 주제를 건드리기로 했다. 줄곧 굵직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져온 그가 신작 ‘LINE·줄’을 선보인다.

작품은 학연, 지연, 혈연 등 여러 가지 줄이 뻗어있는 사회가 과연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는지 묻는다. 공연은 15, 16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내 전시관에서 열린다. 막바지 연습 중인 그를 11일 일민미술관에서 만났다.

김 안무가는 “고위층 자녀 특혜 논란 등을 계기로 정부가 외친 ‘공정’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이 작품을 올릴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우린 태어나서 줄을 잡지 않거나, 어딘가 속하지 않으면 곧 도태된다. 이 모습을 몸부림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와 함께 지하철을 탄 일상에서 작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플랫폼에 길게 늘어선 줄 사이로 한 승객이 새치기를 해 빈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그 장면은 정작 노력한 사람은 보상받지 못하고 누군가 연줄을 이용해 반칙을 일삼는 사회를 닮아 있었다”며 “같이 지켜본 초등학생 자녀에게 뭐라고 가르쳐야 할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작품에는 탯줄, 넥타이, 디아볼로 등 ‘줄’을 뜻하는 다양한 소품이 등장한다. 엄마의 탯줄을 부여잡는 동작을 시작으로, 무용수들이 향하는 곳 어디든 줄이 계속 따라다닌다. 연극인 듯 무용인 듯 작품 안에선 이따금씩 무용수들이 대사도 뱉는다. “제 라인을 잡으세요”라거나 “낙하산” “엄마 찬스” 같은 대사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끊임없이 떠도는 무용수 한 명은 어느 라인에도 속하지 못한 약자”라고 설명했다.

배우 송강호의 동기로 경성대에서 연극을 배운 그는 우연히 들었던 무용 수업에서 춤에 푹 빠졌다. 늦은 나이에 경상대에 입학해 무용을 시작한 그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 등을 거치며 10여 년간 무용수, 안무가로 활약했다. 그가 대표를 맡은 ‘댄스시어터 창’은 유려하면서도 직설적인 무용 언어를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무용이 작품 안에만 갇혀선 안 된다. 누구나 공감할 메시지를 던지는 게 제 예술관”이라고 강조했다.

작품의 처음과 끝에는 대형 훌라후프처럼 보이는 서커스용 기구 시어휠(cyr wheel)이 등장한다. “선의 양 끝을 이으면 원 모양이 됩니다. 우리 사회도 원처럼 굳이 선이 필요 없는 사회가 올까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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