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분노하라! 자영업자들이여
독일은 고정비 90%까지 지원
영업의 자유 존중하지 않는 우리만 쥐꼬리만 한 보상
자영업자 희생 더는 안 돼
휴업이라고 해도 종일 휴업도 아니고 오후 8시 이후의 휴업이다. 강제도 아니다. 오후 8시 이후 영업을 하는 곳의 명단을 공개해 간접적 압박을 가하면서 오후 8시 이후 영업을 하지 않는 식당 주점 카페 등에 대해서는 휴업보상금으로 휴업을 유도한다.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라 할지라도 휴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12월 16일부터 부분 봉쇄에 들어가면서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거나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떨어진 업체에 대해 전년도 같은 기간 매출액의 75%까지 보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올 1월부터는 보상 방식이 바뀌었다. 임차료 이자료 등 고정비를 기준으로 매출액이 전년도에 비해 30∼50%가 줄면 고정비의 40%, 50∼70%가 줄면 60%, 70% 이상 줄면 90% 지원한다. 지원상한선은 문을 닫은 업체는 월 50만 유로(약 6억 원)이고 매출이 떨어진 업체는 월 20만 유로(약 2억6000만 원)이다. 상한선이 높은 것은 자영업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지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서 지난해 11월 24일부터 2단계, 12월 8일부터 2.5단계, 12월 18일부터 2.5단계+α로 방역조치를 강화했다. 정부가 K방역 홍보에 흠이 갈까 봐 긴급사태니 봉쇄니 하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 일본의 긴급사태 조치보다 더 강력하고, 이동의 자유 제한을 빼고 영업의 자유 제한만 놓고 보면 독일의 부분 봉쇄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11월 24일 이후 강화된 방역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일본과 독일에 비해 쥐꼬리만 한 수준이다. 11일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3차 재난지원금이 그 보상인데 헬스장 노래방 학원 등 집합금지 업종에는 300만 원, 식당과 카페 PC방 독서실 등 영업제한 업종엔 200만 원이 지급된다.
국회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인천의 한 헬스장 사장님 이야기를 들으니 임차료가 월 800만 원이라고 한다. 인건비를 빼고도 관리비 렌털비 등 고정비 지출이 월 1200만 원이다. 두 달 가까이 문을 못 열고 있으니 반발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질의했다.
그 헬스장 사장님은 3차 재난지원금으로 300만 원을 받는다. 300만 원은 일본의 닷새 치 휴업보상금에 불과하다. 한 달 고정비가 1200만 원이므로 두 달이면 2400만 원이다. 재난지원금 300만 원을 뺀 2100만 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독일의 보상 기준을 그 사장님에게 적용하면 고정비의 90%인 월 1080만 원의 두 달 치인 2160만 원을 보상받는다. 이런 간단한 비교로도 K방역의 성과는 자영업자의 엄청난 희생 위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1차 재난지원금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을 약속한 뒤 총선 후에 지급했다. 예산 14조 원이 들어간 단군 이래 최대 금권선거였다. 김종인 씨가 한 축이 돼 이끌었던 국민의힘도 전 국민 지원에 부화뇌동하는 바람에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금권선거라는 비판도 할 수 없게 됐다. 그 돈은 사실 코로나로 타격받은 자영업자나 실업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었다. 그런 짓을 저질러놓고도 올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 전 국민 지급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정치권이 미쳐 돌아간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감염병예방관리법’도 일본과 독일처럼 전염병으로 인한 영업 중단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돼 있다. 그렇게 하지도 않으면서 구상권 행사로 국민을 협박하는 데만 이 법을 이용하고 있다. 정 총리가 배 의원 질의에 답변하면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총리라면 지금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괜히 가슴만 뜨거워져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라 본인이 자영업자가 된 심정으로 실질적인 보상책을 내놓아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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