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치 훔치러 왔는데 문 열어주나
‘김치 따귀’는 막장 드라마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김치를 자국 문화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황당한 ‘김치 공정(工程)’이 노골화하자,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나섰다. “김치를 중국 염장 채소 ‘파오차이’(泡菜)로 번역한 문화체육관광부 훈령 제427호를 바로잡아 달라”고 관계 부처에 11일 요청한 것이다. 이들은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 칭한다고 공식 인정하면 안 되듯,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라 칭한다고 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태도가 안이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문체부가 제정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영어·중국·일본어)에 따르면 “중국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음식명의 관용적 표기는 그대로 인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 예시로 ‘김치찌개’를 ‘泡菜湯’(파오차이탕)이라 번역해놓은 것이 문제가 됐다. 정부가 앞장서 ‘김치 공정’의 구실을 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 지역 채소 절임으로, 김치와는 별개 음식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문체부는 이날 해명 자료를 내 “향후 김치의 중국어 번역에 대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농림축산식품부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훈령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관용적 표현이라 판단했으나 이제는 ‘독도’처럼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파스타(Pasta)를 비빔국수, 피자(Pizza)를 빈대떡이라고 표기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김치는 그저 김치다. 영어 번역으로도 ‘Kimchi’일 따름이다. 한국외대 강준영 교수는 “설명 편의를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까지 양보할 필요가 있느냐”며 “중국의 반칙이 ‘김치’에 그치지 않을 것이기에 이번에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인은 김치뿐 아니라 최근 한복과 판소리 역시 중국 고유 문화라는 억지 주장을 펴 논란을 빚었다.
김치 종주국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대처가 너무 느긋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중국 김치 제조법이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됐고 한국이 굴욕당했다”는 거짓 기사를 내보내고,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이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설명하는 사실도 적발됐다. 정부 대신 민간이 오류를 바로잡고 있다. 한 네티즌은 “유형·무형 문화재도 국력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고 썼다. 넋 놓고 있다간 또 따귀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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