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장관을 향한 여당의 '침묵 엄호'[광화문에서/한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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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석했다.
새해 첫 국회 출석이자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때였다.
그러나 8일 법사위에서 11명의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그 누구도 추 장관에게 동부구치소 사태를 묻지 않았다.
그렇게 여권이 추 장관을 향한 '침묵 엄호'에 나서는 동안, 약 2400명을 수용 중인 동부구치소에서는 코로나19로 두 명이 숨졌고 119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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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은 지난해 11월 최초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 법무부의 조치에 대해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어서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 할 수 없고, 당시 할 수 있는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근본 원인으로 “수용 인원이 아주 과다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모든 구치소가 지금 (수용률이) 130∼140%가 넘어서 이명박 정부 때 초고층 밀집 수용시설을 지은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이 장관직을 맡은 지는 1년이 넘었고, 문재인 정부는 올해 5년 차다. 과거 정권을 탓하기 전에, 높은 수용률을 개선할 뜻이 있었다면 이미 결과를 냈을 기간이다.
교정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동부구치소가 처음이 아니다. 3일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의 말이다. “지난해 경북 청송교도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부터 전국 교정시설을 다 점검하고 개선하라고 했다. 그 뒤 광주교도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확산되기 전에 전원 진단검사를 했다. (동부구치소는) 그게 제대로 안 된 아쉬움이 있다. 초동 대응이 잘못됐다.”
추 장관이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에 대해 “조치는 다 했다”고 항변할 건 아니라는 의미다. 또 정 총리가 지난해 12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인 뒤에야 추 장관은 비로소 사과했다. 그것도 페이스북으로. 이런 추 장관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나왔다.
하루 전 열린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서울 양천구 아동 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위원장은 물론이고 중진인 박완주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김창룡 경찰청장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그러나 8일 법사위에서 11명의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그 누구도 추 장관에게 동부구치소 사태를 묻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만 동부구치소 문제로 추 장관을 추궁했을 뿐이다.
게다가 이날 법사위가 처리한 핵심 법안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은 처벌 사례인 ‘중대시민재해’에 대해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시설의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라고 정했다. 동부구치소 사태가 바로 그 경우다. 그런데도 법사위 여당 의원들은 침묵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동부구치소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30일 넘도록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 여당 의원은 “지도부도 가만히 있는데 의원들이 뭐라 하겠나”라고 했다. 차마 공개적으로 “추 장관에게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차라리 말을 않기로 한 셈이다.
크게, 열심히 목소리를 내야만 엄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예 입에 올리지 않는 침묵이 엄호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여권이 추 장관을 향한 ‘침묵 엄호’에 나서는 동안, 약 2400명을 수용 중인 동부구치소에서는 코로나19로 두 명이 숨졌고 119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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