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외모?.. 구시대적 편견에서 탈출하자"

최보윤 기자 2021. 1.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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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164년 역사상 첫 흑인 총괄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인터뷰

패션계에서 ‘버질 아블로(41)’라는 이름은 단지 디자이너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일종의 ‘현상’이다. 지난 2018년 루이비통 남성복 첫 흑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다양성’의 상징이 됐다. 브랜드 탄생 164년 만이었다. 공학과 건축학(일리노이 공대)을 공부했지만 패션은 단 한 번도 공부하지 않은 ‘외부인’이기도 했다. 패션계 패쇄성이 그로 인해 붕괴됐다. 클럽 DJ를 하며 길거리 패션 브랜드를 만들던 그가 고가(高價) 브랜드 디자인 수장을 꿰차자 해외 매체들은 앞다퉈 ‘혁명’이라 말했다.

/루이비통

‘전형성을 파괴하는 21세기 르네상스맨’(미 뉴욕타임스)인 버질 아블로가 루이비통 입성 이후 처음으로 국내 언론과 만났다. “코로나 극복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면서 ’2021 가을 프리컬렉션'을 본지에 공개한 그는 온라인 인터뷰에서 ‘순응’(conformity)이란 단어를 꺼내 들었다. “뉴노멀 시대엔 이전의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시류에 자신을 맞추는(conforming) 것이 아닌, 집단이나 사회 문화에 포용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의미로서의 순응이 새로운 가치로 떠오를 것이다.” 동조 속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지켜내는 것이다. 그는 활주로를 배경으로 한 이번 컬렉션에서 “다시 날아오르는 희망”을 그리는 한편, “출신이나 외모로 한계를 두는 구시대적 관습과 편견에서 탈출하자”는 뜻을 내포했다.

아프리카 가나 이민자의 아들로, 마이클 조던에 열광하며 10대를 보냈던 그는 2002년 힙합 가수 카녜이 웨스트의 앨범 디자인 등을 담당하며 패션계에 발을 디뎠다. 파이렉스 비전(2012)·오프 화이트(2013) 등 자신의 브랜드로 ‘고급 길거리 패션’ 장르를 개척했다. “(개념 미술 선구자) 마르셀 뒤샹의 ‘샘’은 내게 항상 영감을 준다”면서 “3% 차이가 새로움을 낳는다”고 말한 그는 있던 것을 조합·해체·편집해 창조하는 ‘편집자(editor)’ 디자이너 시대를 열었다. 과거의 디자이너가 패턴을 개발하고 재단을 직접하며 옷을 ‘짓는’ 사람이었다면 버질은 그 옷에 대한 ‘개념’을 짓는다. “당신의 직업이 당신을 규정짓게 하지 말라” 같은 단어를 옷에 새기는 ‘아블로 문구’도 젊은 층을 열광케한다. 대중이 무얼 원하는지도 집요하게 탐구한다. “다트가 과녁에 명중하길 기다리기보다는 다트판에 다가가 꽂아라.”

활주로 비행기 앞에 선 모델은 최근 선보인 루이비통 2021 프리폴(Pre-Fall) 의상을 입었다. 의상 전체에 로고를 올록볼록 양각처리해 디테일 변주를 했다. /Jalan & Jibril Durimel 사진작가

버질은 패션계 대표적인 ‘지한파’이기도 하다. ’2019 가을겨울 쇼' 무대에 태극기를 필두로 만국기 의상을 디자인했다. 그래픽적인 아름다움에 태극기를 무척 좋아한다는 그다. ’2020 봄여름' 쇼엔 아이돌 송민호를 직접 발탁해 모델로 세웠다. ’2021 봄여름 상하이쇼'에선 혁오밴드 음악을 쇼 음악으로 사용했다. 아티스트이자 DJ로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던 그는 “한국 음악계(scene)는 미국이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을 세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면서 “세계 문화 트렌드에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음악에 영향을 주는 한국 문화 역시 매혹적이다. 특히 거리마다 새로운 것(newness)을 향한 열정의 에너지가 가득했다!”

가장 멋진 사람을 꼽는 질문에 “사회적 정의(definition)를 탈피하는 자”라고 답한 버질 아블로. 사회적 틀을 깨며 MZ세대의 롤모델이 된 그가 꼽는 최고의 ‘패션 영웅’은 누구일까. “지역사회 문화를 만들며, 결국 세계적으로 예술에 영감을 주는 ‘아이들(kid)’! 그들이 나의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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