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전락 우려? 현대차가 애플 제안에 망설이는 이유

류정 기자 2021. 1.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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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고민은

자동차 업계 최대 화젯거리로 떠오른 ‘현대차와 애플의 협업’을 두고 현대차가 고민에 빠졌다. 현대차는 최근 애플의 전기차 공동 개발 제안을 받고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애플의 파트너로 선택된 점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현대차 경영진으로서는 이해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협업을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애플의 제안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현대차 외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도 제안

애플은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현대차 외에도 여러 자동차 업체에 협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14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한 타이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최근 LG전자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로 한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도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자율주행 시스템에 집중하던 애플은 2019년 테슬라 부사장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면서 완성차를 목표로 선회했고 차세대 배터리 자체를 개발한다는 전략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생산 능력과 전기차 개발 역량, 브랜드 이미지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 외에도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미국의 GM이 유력한 파트너사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 현재 전기차 플랫폼 제작 능력이 있는 회사다. 스케이트보드처럼 생긴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면 차의 절반 이상은 만들어진다. 애플이 어느 업체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 판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하지만 거론되는 해당 업체들은 애플과의 협력 논의 여부에 대해서 한결같이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그나와 협력으로 자동차 전장 부문 강자로 떠오른 LG도 애플의 협력 파트너로 거론된다. 다만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애플에서 ‘공식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단순 위탁 생산은 의미 없어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대만 폭스콘이 애플 아이폰을 단순 위탁 생산했듯이, 현대차가 애플의 ‘하도급’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도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자신들이 독자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E-GMP)을 활용할 수 있는 협업 모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발과 디자인, 브랜드 사용에서도 일정 정도 지분을 확보하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같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폭스콘처럼 단순 위탁 생산을 해서는 도저히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애플이 과거 독일 폴크스바겐·BMW와 협업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애플이 규모의 경제를 갖출 정도로 애플카를 대량생산할지도 미지수다. 애플이 과거 애플TV를 만들 때도 당초 기대와는 달리, 마니아나 수집가들에게 판매하는 물량 정도만 생산하고 말았다. 한 부품사 관계자도 “애플이 주문한 초도 물량은 1000대 미만이고 향후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 운영체제(OS) 유지도 핵심 변수

미래 전기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통합 운영체제(OS)의 독립 문제도 현대차의 고민거리다. 현대차는 미래차 전쟁에서 테크기업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자체 운영체제를 독자 개발하고 있다. 독자 운영 체제를 확보하고 있어야 자율주행차 개발 뿐 아니라 인포테인먼트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애플은 과거 PC 시절부터 자신들의 OS를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다시 말해 애플카에도 자신들의 OS를 집어넣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까지 모두 장악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현대차로서는 독자 OS 개발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에선 일부 파일럿(시험) 라인을 활용해 애플의 제안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OS와 콘텐츠 비즈니스 역량은 현대차에 꼭 필요한 것”이라며 “현대차가 다양한 OS를 갖춘 자동차를 생산해 보는 것도 제조 역량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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