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64% 줄었다
작년 7월 말 주택임대차법이 바뀐 후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전세 거래가 예년에 비해 2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가 한 집에서 4년까지 살 수 있고,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인상률이 5%로 제한되자 집주인들이 전세 놓기를 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혼부부 등 전세 수요는 꾸준한데 이들을 받아줄 전셋집은 씨가 마르고 있다. ‘전세 소멸'이 현실화하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3만5286건으로, 직전 4개월(4~7월·4만5388건)과 비교해 22.6% 줄었다. 전년 동기(4만4113건)와 비교해도 20% 감소한 수치다. 12월 거래량은 아직 신고되지 않은 계약이 있어 집계하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거래량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매물 품귀'를 꼽는다. 시장에 나오는 전셋집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1만8300건으로 1년 전(5만1242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작년 8~11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1만7045건으로, 전년 동기(1만6160건) 대비 5.5% 늘었다. 작년 1월 전세 거래량(1만1508건)이 월세(4631건)의 3배나 됐지만, 11월엔 전세(6992건)와 월세(4561건) 거래량이 비슷한 수준이 됐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전셋집이 줄어들고 가격이 급등하면 결국 세입자들은 월세로 밀려나거나 더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투기 목적의 주택 구입을 막겠다며 도입한 1주택자 실거주 의무화 정책도 전세 소멸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기존에는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기만 하면 양도소득세를 80%까지 감면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유 기간만큼 실제 거주도 해야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당장 본인 소유 집에 살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실거주를 하다 보니 전셋집이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는 전체 1497가구 중 전세 매물이 19가구뿐이다. 일반적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할 때 전세 매물이 쏟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하는 집주인이 워낙 많고, 세를 주더라도 전세 대신 월세로 내놓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매매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실거주 요건 강화 정책이 전세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았다”며 “매매와 전세 시장을 두루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 해소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정부 역시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던 입장을 바꾸고 최근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준비 중인 방안 대부분 신도시, 공공 재개발 등 신규로 주택을 짓는 것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신규 건설만으로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시점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기 어렵다”며 “다주택자가 집을 팔거나 전세로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또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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