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이 선택한 영화 리뷰.. '시선' 따라 넷플릭스 순위가 바뀐다

이호재 기자 2021. 1.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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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은 항상 영화를 향했다.

영화와 함께 사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오늘의 시선'을 펴낸 그는 11일 만남에서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를 묻자 수줍게 "오직 영화가 좋아서"라고 했다.

"영화를 보는 다양한 시선을 유지하고 싶어 가끔은 택배도 '시선'이라는 가명으로 받는다"는 그.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 볼 영화가 자연스레 추려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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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펴낸 영화 유튜버 김시선
서울 마포구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11일 만난 김시선은 “영화를 잘 아는 할아버지로 늙고 싶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의 시선은 항상 영화를 향했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언제나 몸과 마음이 극장에 있었다.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영화 없이 살 수 있을까. 취업을 접고 영화에 빠져 살기로 했다. 7년 전 유튜브를 시작해 어느새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다. 이젠 영화 유튜버 김시선(34)이 추천하는 작품이 넷플릭스 순위를 흔든다.

영화와 함께 사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오늘의 시선’을 펴낸 그는 11일 만남에서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를 묻자 수줍게 “오직 영화가 좋아서”라고 했다. 그는 영화를 하루 2편, 매년 700편 본다. 아침에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점심에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엔 유튜브 대본을 짠다. 잠들기 전까지 넷플릭스나 왓챠를 통해 해외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도 시청한다. 영화 관련 학과를 다닌 적도, 영화 평론가로 등단한 경력도 없지만 구독자들이 “김시선의 추천은 믿고 본다”며 신뢰하는 이유는 이 같은 성실성이다.

영화를 업으로 삼은 것은 우연이었다. 직장 대신 매일 같이 ‘출근’하던 영화관에서 안면을 튼 이들이 일자리를 소개해줬다. 소도시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영화 행사의 관객은 대부분 어린이나 노년층이었다. 어려운 용어를 빼고 쉽게 설명해야 했다.

영화 유튜버 김시선(오른쪽)을 인정하는 영화인이 늘면서 ‘결백’의 주연을 맡은 배우 신혜선처럼 개봉을 앞두고 그의 인터뷰에 응하는 이들이 생겼다. 유튜브 김시선 캡처
“초등학생에게 ‘E.T.’(1984년)를 틀어주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철학에 대해 말할 순 없잖아요.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에게 맞춰 해설하면서 눈높이를 낮추는 법을 알게 됐어요.”

지인들이 그에게 유튜브를 해보라고 권했다. 2014년 9월 그가 처음 영화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영화 리뷰를 하는 유튜버가 거의 없었다. 1세대 영화 유튜버인 셈이다. 구독자의 호응을 얻다가 2017년 1월 넷플릭스를 만났다.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독자가 좋아할 단 한 작품을 위해 수많은 작품을 만들 것”이라는 넷플릭스의 시선은 다양성을 존중하던 그의 시선과 일치했다.

그는 줄거리를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설과 감상 지점을 풀어놓는다. 인질극을 그린 드라마 ‘종이의 집’의 제목에 대해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국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범행 계획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분석한다. 자막으로 표기된 범행 경과 시간에 집중하면 긴장감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리뷰 영상의 조회수는 600만 회가 넘었다.

그의 유튜브는 20대와 50대의 시청 비율이 비슷할 정도로 구독자의 연령대가 넓다. 리뷰 영상은 5∼30분으로 길이가 각각 달라도 조회수는 대부분 20만 회를 넘는다. 통상 리뷰 콘텐츠에 따라붙기 쉬운 “결말을 스포일러한다”, “영상 저작권 허락도 받지 않는다”는 비판도 그는 비껴간다. 영화의 일부만 보여주면서도 흥미를 끌어 영화를 보도록 유도하고, 한 달이 걸리더라도 제작사에 직접 연락해 영상 이용을 허락받아 쓰기 때문에 영화계 관계자들도 그를 인정한다. 영화감독과 배우 인터뷰가 성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 유튜브는 절대 영화의 본질이 아니에요. 영화를 선택하는 통로나 다리일 뿐이죠.”

치열한 유튜브 생태계에서 7년을 버텨온 것도 이런 원칙을 알아주는 구독자의 지지 덕이다. 그의 유튜브 구독자 ‘영화친구’는 그가 공들여 만든 영상과 쉽게 만든 영상을 귀신같이 가려낸다. “영화를 보는 다양한 시선을 유지하고 싶어 가끔은 택배도 ‘시선’이라는 가명으로 받는다”는 그.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 볼 영화가 자연스레 추려질 것만 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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