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로 궤도 이탈한 '경단녀의 현실' 들여다봐

김용출 2021. 1. 1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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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했다가 복직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둔 40대 초반의 경주는 딸 지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매일 카페 제이니로 '출근'한다.

경주는 카페에서 머물며 재취업을 위한 구직 활동을 계속하지만 취직이 쉽지 않아 번번이 좌절한다.

그런 경주에게 카페 '제이니'의 주인 미스 제이니는 뭔가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다.

제이니는 아이가 아파 당분간 카페 문을 닫는다는 메모를 남겼고, 손님과 지인들은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를 적었지만, 경주는 손을 그러모은 채 고개만 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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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作 장편 '우리가 잃어버린 것'
육아휴직을 했다가 복직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둔 40대 초반의 경주는 딸 지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매일 카페 제이니로 ‘출근’한다. 경주는 카페에서 머물며 재취업을 위한 구직 활동을 계속하지만 취직이 쉽지 않아 번번이 좌절한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단절을 경험한 그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자발적 고립’의 상태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그런 경주에게 카페 ‘제이니’의 주인 미스 제이니는 뭔가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다. 늘 한결같은 제이니의 모습에 자신의 미래를 투영시킨 경주는 희망이 다시 차 오른다. 하지만 카페가 어느 날 느닷없이 휴업에 들어가자 버림받은 듯한 기분에 젖어든다. 제이니는 아이가 아파 당분간 카페 문을 닫는다는 메모를 남겼고, 손님과 지인들은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를 적었지만, 경주는 손을 그러모은 채 고개만 숙일 뿐이다.

서유미의 신작 장편 ‘우리가 잃어버린 것’(현대문학)은 이른바 ‘경단녀’의 이중적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결혼에서 출산과 육아의 과정 속에 경력과 함께 잃어버린 것들, 어느새 스스로 궤도에서 이탈해 잃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까지 차분하게 직시한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서른두 번째 작품.

소설은 얼핏 보면 재취업하려 노력하는 여성의 분투기 정도로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경단녀의 쓸쓸한 현실과 두려움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회사는 나이 많은 경력직을 꺼리고, 가까스로 얻은 듯한 일자리도 육아와 병행하기엔 집과 거리가 너무 멀다. 그럼에도 고립을 넘어 느슨한 연대를 통해 좌표를 이동시키며 한 뼘 더 성장하려는 경주에겐 격려를.

작가는 “삶이 지속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천천히 잃어가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그걸 알아가는 게 슬프기만 한 건 아니라는 얘기도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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