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초심 잃지 말자

이강국 2021. 1. 1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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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분배는 뚜렷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시장소득 기준 불평등은 개선되기 어려웠고 노동시장 바깥의 가난은 심각하다. 소득주도성장이 갈 길은 멀다.

이제는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버린 듯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이는 임금과 가계소득 증대와 사회복지 확충으로 불평등을 개선하여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노력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소득주도성장이 성장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분배도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는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이후 2018년 소득분배가 악화되었다고 발표했고, 이후 보수 언론은 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정말로 분배를 악화시켰을까.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 이후 표본의 변경으로 논란을 빚었고, 분기별 소득분배지표는 불평등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크다. 정부의 공식 소득분배지표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인데 그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분배가 뚜렷이 개선되었다. 먼저 정부의 소득재분배 확대로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가 2017년 0.354에서 2018년 0.345, 2019년 0.339로 2년 연속 하락했고 소득 5분위 배율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적 빈곤율도 2017년 17.3%에서 2018년 16.7% 그리고 2019년 16.3%로 낮아졌다. 또한 노동시장 내의 임금불평등도 줄어들었다.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2017년 22%에서 2019년에는 17%로 감소했다. 시간당 임금의 지니계수도 2017년 0.316에서 2019년 0.299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2017년 이후에는 노동생산성 상승에 비해 실질임금 상승이 더 빨라서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자영업의 소득을 보정한 노동소득분배율은 2017년 68.1%에서 2019년 71.4%로 높아졌다. 결국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주도 또는 임금주도 부분에서는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2018년 이후 건설투자의 급락과 무역전쟁을 배경으로 한 설비투자의 둔화로 성장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구조 변화와 안정적인 내수 확대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는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소득주도성장이 갈 길은 멀다. 급속한 고령화를 배경으로 시장소득 기준의 불평등은 개선되기 어려웠고 노동시장 바깥의 가난이 심각한 현실이다. 선진국 중 빈곤율이 최고로 높은 수준인데도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 또한 취약한 노동자들의 권리와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개정된 노동법이나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보면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연합뉴스

한편 최근에는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지니계수가 2017년 0.584에서 2020년 0.602로 높아졌고 순자산 상위 10% 가구의 점유율도 41.8%에서 43.7%로 높아졌다. 서베이 자료의 한계를 고려하면 현실의 자산 불평등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세계불평등 데이터베이스는 한국의 개인 기준 상위 10%의 순자산 집중도가 2013년 약 66%로 국제적으로 높다고 보고한다.

실업자·자영업자 고통은 큰데 주식·부동산 시장은 활황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소득에 비해 자산가치가 빠르게 증가했다. 국부와 순국민소득의 배율이 2017년 9.5에서 2019년 10.7로 크게 높아졌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위 1%의 소득집중도를 보면 이미 2008년 이후 근로소득의 집중도는 낮아졌지만, 이자나 배당 그리고 사업과 임대소득의 집중도는 계속 높아져왔다. 자산의 가격 상승은 지대에 기초한 소득불평등과 상위소득 집중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2020년은 코로나19의 충격이 그대로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실업자들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큰데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연일 활황이다. 경제회복도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커지는 K자 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분기에는 재난지원금 등의 지출로 소득분배가 개선되었지만 불황과 불평등에 맞서는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재난을 넘어 평등하고 정의로운 회복을 위해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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