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둘러싼 '비교'의 양면성

백승덕 2021. 1. 13.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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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한국 언론에 "베트남 일본군 '위안소', 문서로 첫 확인"이라는 소식이 실렸다.

일본군이 베트남 침공 직후 '위안소'를 세웠다는 기록을 프랑스에서 발견했다는 기사였다.

일본 극우는 프랑스도 '위안소'를 운영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동원도 문제가 안 된다고 항변한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기 위해 비교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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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한국 언론에 “베트남 일본군 ‘위안소’, 문서로 첫 확인”이라는 소식이 실렸다. 일본군이 베트남 침공 직후 ‘위안소’를 세웠다는 기록을 프랑스에서 발견했다는 기사였다. 1940년 프랑스군이 작성한 보고서였다. 기사가 ‘위안소’로 번역한 프랑스어가 흥미로웠다. ‘maison de tolérance’, 즉 ‘관용의 집’은 인가된 성매매업소를 일컫는다. 프랑스군은 일본군 ‘위안소’ 역시 ‘관용의 집’이라고 불렀다. 일본 극우는 프랑스도 ‘위안소’를 운영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동원도 문제가 안 된다고 항변한다. 한국 뉴라이트도 군이 ‘위안부’를 동원한 사례가 조선시대부터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기 위해 비교를 이용한다.

비교는 그래서 위험하다. 사안을 한껏 추상화해서 비교하면 상황이 흐릿해진다. 반대로 비교가 용기를 주기도 한다. ‘위안부’ 생존자 김학순씨의 증언을 듣고 세계 각지에서 전시 성폭력 생존자들이 증언에 나선 것도 비교 덕분이었다. 비교는 생존자가 죄책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을 거리를 두고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여성들이 전쟁 전후 겪었던 성폭력을 비교한다. 점령지 여성이 생계를 위해 점령군 병사와 성 접촉을 했다면 이는 성폭력 피해일까?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에 갇혔던 여성이 살아남거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수용소 안에서 성 노동을 했다면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여성들이 전시에 겪은 성폭력에 관해 말할 수 있는 범위를 살피며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한·일 양국의 극우파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씨의 증언이 초기 증언집에 실린 기록과 달라졌다고 비난한다. 이러한 공격은 성폭력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공간을 협소하게 만든다. 성폭력 생존자는 공감하는 청중이 있을 때 자신의 경험에 관해 말할 수 있으며, 청자가 공감하는 범위가 곧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바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증언을 하는 사람이 내보이는 흔들림은 그가 그만큼 힘겹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부정하는 가운데 강제동원 재판이 진행 중인데, 증언을 계속한다면 그 부담감은 얼마나 컸을까.

다만, 이 책이 식민지 권력에 관해선 좀처럼 주목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 이 책은 한국인 ‘위안부’가 “성차별, 창부 차별, 식민지 차별, 계급 차별이라고 하는 3중, 4중의 차별 아래 놓여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인 ‘위안부’가 서 있던 식민지 현실은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한국의 ‘위안부’ 운동이 일본인 ‘위안부’의 존재를 지워왔다는 비판이 반복된다. 식민지라는 질문은 일본인 중에 누가 ‘위안부’가 되었는가를 묻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규슈 지역 출신자 중 ‘위안부’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식민지성을 새로이 볼 수 있지 않을까.

백승덕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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