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모두의 전유물, 버질 아블로

서울문화사 2021. 1.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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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패션을 하이엔드급으로 끌어올린 주인공 버질 아블로가 홈 퍼니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비트라와 함께한 컬렉션 ‘2035’. 버질 아블로는 2035년에 과연 가구가 필요한지부터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 비트라와 함께한 컬렉션 ‘2035’. 버질 아블로는 2035년에 과연 가구가 필요한지부터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 패션계의 아웃사이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발돋움한 버질 아블로. 그는 집을 꾸밀 때 의자가 있는지, 디자인은 어떤지, 실용적인지를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으며, ‘내가 속해 있고 나에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움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최근 가장 핫한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버질 아블로. 미국 시카고에서 자란 그는 명문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시카고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쳤다. 학창 시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자인한 건물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으며, 렘 콜하스가 프라다와 협업해 설계한 매장 프라다 에피센터 뉴욕을 보고 감명받고 그때부터 패션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직접 도안을 그려 티셔츠를 제작하던 중 카니예 웨스트의 눈에 띄어, 2000년대 초반부터 카니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음반의 아트 디렉터, 무대 디자인, 마케팅 등을 맡았다. 버질 아블로는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 펜디에서 인턴십을 경험하며 패션 필드의 다양한 경험을 쌓아간다. 그 후 적극적으로 예술 및 패션 활동을 펼치며 이름을 알렸고, 2012년 파이렉스 비전이란 브랜드를 론칭했다.

폴로 랄프로렌의 재고 셔츠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그 위에 스크린 프린트 디자인을 입혀 10배 넘는 가격으로 되팔아 논란이 되었지만, 빅뱅 멤버인 지드래곤(GD)과 태양이 입어 화제가 됐고, 나중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패션과 유행에 대한 실험적인 퍼포먼스였던 파이렉스 비전은 1년 후 막을 내렸지만, 이를 계기로 버질 아블로는 패션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2013년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를 시작하고, 2018년에는 흑인 최초로 루이비통의 남성복 총괄 디렉터로 임명돼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버질 아블로. 나이키, 에비앙, 메르세데스 벤츠, 이케아, 비트라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패션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히지 않고 디자이너로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케아와 협업한 마르케라드 컬렉션. 평범한 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이케아와 협업한 마르케라드 컬렉션. 평범한 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오프화이트에서 선보이는 홈 웨어들. 심플한 라운지체어에서 식기류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오프화이트에서 선보이는 홈 웨어들. 심플한 라운지체어에서 식기류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오프화이트에서 선보이는 홈 웨어들. 심플한 라운지체어에서 식기류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Galerie Kreo’에서 전시한 콘크리트로 만든 가구.

미래의 가구  버질 아블로는 클래식과 모던을 잇는 다리 같은 존재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문화적 현상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패션의 아이콘인 그는 최근 가구로 관심을 돌린 듯하다. 그가 운영하는 오프화이트는 브랜드와 결을 맞춘 홈 웨어를 출시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가구 브랜드들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2년 전 버질 아블로는 이케아와 마르케라드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미니멀한 디자인에 예술 작품을 레퍼런스로 활용하고 해체주의적 요소를 더했다.

“너무 익숙해서 의식조차 하지 않는 일상 속 물건이 지니는 익명성을 위로 끌어올려봤어요. 커다란 상표가 인쇄된 영수증이 예술로 변모했죠. 이 러그는 그냥 바닥에 깔 수도 있고 벽에도 걸 수 있어요. 제가 만든 작품은 언제나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죠. 조금은 아이러니하고 사람과 관련된 메시지예요.” 그는 평범한 디자인을 거부하고 실험적 퍼포먼스를 통해 예술의 본질에 대해 물어본다. 종이로 만든 듯한 가방에 ‘작품’이라고 쓰고 이게 예술인지 아닌지, 소비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짓궂은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2019년 그는 비트라 캠퍼스 안의 파이어스테이션에서 미래의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는 전시를 진행했는데, 2035년의 젊은 성인이 사는 집을 가정하고 가구를 디자인했다. 고전 디자인의 재생산을 통해 보다 넓은 대중에게 클래식한 디자인을 전파하는 비트라의 비전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바로 버질 아블로였을 것이다. 또한 비트라라는 브랜드가 신흥 세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 시대에 가장 핫한 디자이너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버질 아블로는 1950년대 프랑스 디자이너 장 프루베의 안락의자와 조명을 투명한 플렉시글라스와 오렌지색 래커로 마감한 철제 소재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선보였다. 또 파리의 ‘Galerie Kreo’ 갤러리에서 콘크리트로 만든 가구 ‘Efflorescence’를 선보였는데, 스트리트 문화와 그라피티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의 가구로 화제가 됐다. 스트리트 패션에 고급 예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컨템퍼러리 비주얼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그가 홈 퍼니처에서도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버질 아블로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보인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예술사조나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듯 이제는 예술이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왔다는 것.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고, 주류와 비주류가 언제 어디서 전복될지 모르는 요즘, 그의 메시지에 점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기획 : 심효진 기자   |   사진 : 비트라(www.vitra.com), 오프화이트(www.off---white.com), 이케아(www.ikea.com), Galerie kreo(www.galeriekr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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