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 전 대표·임직원 1심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12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전 SK케미칼, 애경산업 임직원과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인 전 이마트 임직원, SK전 필러물산 대표 등에게도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이 사건 폐질환 및 천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 및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 및 나머지 쟁점들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였고 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재판부가 2년 동안 심리한 결과 CMIT 및 MIT 살균제는 유죄판결을 받은 PHMG(옥시 제품 원료) 등과는 성분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환경부는 종전 여러 실험에서 폐섬유화가 확인되지 않자 2018년 8월 노출을 높이고 시간을 늘려 CMIT·MIT 흡입독성실험을 추가로 했다”며 “833배까지 설정해 반복한 실험에서 폐섬유화 악화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라고 불리는 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 참사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990만여개의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됐는데, 드러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 전체 피해자는 최대 95만여명, 사망자는 2만여명(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추산)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지난 2011년 4~5월 갑자기 출산 전후 산모 8명이 정체불명의 폐 질환을 호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정부 당국의 조사 이후 그 해 11월 발병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지목됐다. 살균제 성분이 가습기 내에서 잔류하고 있다가 가동과 동시에 공기 중으로 펴진 뒤 폐 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당국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등 6개 제품에 수거명령을 내렸다. 이듬해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사망한 유족 등이 검찰에 옥시 등 판매업체를 고발했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 수사는 일반 형사사건으로 분류됐고, ‘역학조사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 중지됐다.
앞서 SK케미칼은 1994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위해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했고, 애경은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창출에만 신경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9년 사참위 청문회에서 SK케미칼은 최종현 전 유공회장 지시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흡입독성 실험이 나오기도 전인 1994년 11월 제품을 출시했고, 이듬해 7월 나온 실험 보고서도 무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애경 역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자사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호흡곤란 등을 호소한 소비자 클레임이 981건에 달했지만 안전성 검토에 나서지 않고, 치약으로 교환해주며 소비자 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청문회에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해 피해자들의 비난의 받기도 했다. CMIT와 MIT는 미국에서 살충제 및 농약 제조할 때 주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시행 이전에 출시됐다는 이유로 유해성 심사를 20년 동안 면제받았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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